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사적채용’ 의혹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게시물. 트위터 캡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사적채용’ 의혹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게시물. 트위터 캡처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대통령실 9급 행정요원 ‘사적 채용’ 논란에 “높은 자리도 아닌 9급 자리”라는 취지로 해명하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0·30세대는 물론, 현직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인이기도 한 강릉시 선관위원의 아들 우아무개씨가 별정직인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알려지며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5일 권 원내대표는 “내가 추천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잘 알던 사이”라며 “높은 자리도 아니고 행정요원 9급으로 들어갔는데 뭘 그거 가지고…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나”라고 해명했다.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살펴보면, 권 원내대표의 사진과 함께 ‘공무원시험 합격은 권성동!!!’ 이라고 쓰인 패러디 이미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내가 추천했다”는 권 원내대표의 발언이 공무원 채용 시스템의 공정성을 흔들고, 열심히 시험을 준비한 사람들의 노력을 폄훼했다고 비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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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불공정 비리정권 윤석열 퇴진! 대통령의 사적 채용 옹호한 권성동 의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대통령 지인 아들 사적채용에 대해 사과 없이 해명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불공정 비리정권 윤석열 퇴진! 대통령의 사적 채용 옹호한 권성동 의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대통령 지인 아들 사적채용에 대해 사과 없이 해명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30대 초반 황아무개씨는 <한겨레>에 “별정직은 선거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권 원내대표의) 발언 자체는 9급 자리를 하찮게 보는 거라 공직자로서 할 말은 아니다”며 “공무원 준비하는 사람은 너무 많고, 10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시험에 합격하는데 그 노력을 아무것도 아닌 걸로 취급하니 공무원으로서 사기가 꺾이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조롱거리 된 여당 원내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사적 채용’ 의혹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게시물. 트위터 캡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사적 채용’ 의혹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게시물. 트위터 캡처

우씨가 채용된 대통령실 행정요원 자리는 선거 캠프에 합류했던 인사들 중 채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계약직 신분에도 일반직과 달리 처우나 향후 승진, 이직 기회가 폭넓게 열린다. 권 원내대표가 이러한 맥락을 무시하고 “높은 자리도 아니”라고 한 것에 공무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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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방직 8급으로 근무 중인 이아무개(32)씨는 “지방직은 수당 (지급 비용을) 아끼려고 야근도 못 하게 하는데, 대통령실 별정직은 다르다. 수당도 더 많고 계약 끝난 뒤엔 다른 기업 취업하기에도 더 좋다”면서도 “공무원으로 살며 이런저런 일들을 겪는데, 누구 하나 꽂는 건 일도 아니더라. 위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인지 이번 일을 듣고 화도 나지 않았다”고 했다.

취업준비생을 비롯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청년들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권 원내대표 발언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준비생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가장 공정한 시험은 공무원 시험이라는 말에 공감했는데 ‘7급으로 넣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발언을) 보고 (심적) 타격이 왔다”거나 “현 정권도 내로남불 아니냐”, “별정직은 원래 공정한 게 아니다”라는 등의 게시글과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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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처우 개선은 외면하면서도 우씨가 받는 임금을 최저임금에 견준 권 원내대표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타지 생활하는 공무원도 많은데 공무원 관사 지원은 사실상 사문화됐고, 1호봉 공무원은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처우 개선을) 제대로 해 주고 저런 발언을 하라”고 했다.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김아무개(29)씨도 <한겨레>에 “이번에도 공무원 임금 동결과 인원 감축 기류가 계속 보이는데, 코로나 3년을 견뎠는데 저런 발언을 들으니 공무원에 대한 존중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고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