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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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어린 나이에 강제결혼을 강요받았던 아프리카 기니 출신 코이타 보 사란(26)은 가족들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무살이던 2016년이 되던 해 무작정 한국행을 택했다.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한 그는 난민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성년이 되었으니 귀국해도 가족들로부터 결혼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사란은 난민재신청을 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기타(G-1) 비자를 소지한 그는 6개월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 체류 연장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난민신청자가 얻을 수 있는 취업 허가나 생계비 지원은 받지 못했다.

사란은 한국에서 만난 외국인 남자친구와 가족을 꾸렸고, 아이도 생겼다. 한국에서의 ‘삶’이 생긴 것이다. 사란은 “더이상 돌아갈 수 없다. 강제결혼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데 지금은 아이도 생겼기 때문에 가족들은 더 큰 문제로 볼 것”이라며 “지난 설날에 둘째 아이가 많이 아팠지만 의료보험이 없어 입원하려면 200만원이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나왔지만 아이 걱정에 눈물이 계속 났다”고 말했다.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난민재신청자에 대한 체류를 제한해 온 법무부 조처를 개선해야 한다는 권고를 냈다.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난민재신청자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발급하도록 하고, 심사기간이 부득이하게 장기화될 경우 최소한의 생존 보장을 위한 지원 또는 취업 허가 등의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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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법무부는 ‘난민인정 심사·처우 체류지침’에 ‘남용적 난민신청 유형’을 규정해 난민재신청자를 원칙적으로 체류자격 허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3∼6개월 범위 내에서 출국기한 유예조처를 취하고 있다. 그에 따라 체류자격을 연장하지 못한 난민재신청자는 생계비 지원신청이나 허가 받은 취업활동,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이용을 모두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인권위는 “난민재신청자에 대한 일률적 제한 조치는 최근 몇 년 동안 전례 없이 많은 수의 난민 인정 신청과 이로 인한 심사 적체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는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난민재신청이 명백히 난민신청제도를 남용하는 때에는 신속한 절차로 난민 인정 여부를 결정해야지 재신청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체류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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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송두환 인권위원장도 성명을 내 “인권위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이해 우리 정부가 난민신청이나 재신청을 체류자격 연장을 위한 방편으로 바라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심사 인력 보강 등 인프라를 개선하고, 이를 기반으로 난민심사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