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 거부를 반복한 사람을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 일부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 거부를 반복한 사람을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 일부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음주운전 재범자를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이 ‘가벼운 음주운전’까지 엄하게 처벌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던 헌법재판소가, 같은 논리로 음주측정 거부를 반복하는 사람 역시 가중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또 내놓았다. ‘오래 전 범죄’까지 재범에 포함시켜 처벌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헌재는 26일 음주운전 측정 거부자를 가중처벌하는 도로교통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유남석·이석태·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이미선)들은 “반복적 음주운전에 대한 강한 처벌이 일반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는 면은 있다”면서도 “과거의 음주운전 및 음주측정 거부 전력과 관련해 아무런 시간적 제한 등을 두지 않고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상습성을 판단하는 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는 형법상 누범·상습범 규정이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처벌을 면하게 하는 공소시효 제도와 비교할 때 과도한 처벌이라는 것이다. 이들 재판관 7명은 지난해 11월 “10년 만에 다시 음주운전을 한 행위를 반복 음주운전으로 보고 가중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형벌”이라며 윤창호법 핵심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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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합헌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아무리 오래 전 위반 전력이라도 ‘윤창호 사건’에서 보듯 만취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일으킨 경우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전력을 가진 운전자가 다시 음주운전을 해 무고한 국민의 생명 등을 위협한 경우 초범 음주운전과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해서는 범죄를 예방할 수 없다”는 입법 취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개정 도로교통법은 2018년 9월 부산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입법됐다. 헌재의 거듭된 위헌 판단을 두고는 형식적 법 논리는 비판이 나온다. 단 한 차례라도 사망 등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고, 단속에 걸리지 않은 상습적 음주운전이 많은 음주운전 범죄 특성에 눈감은 판단이라는 것이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만4894건에 달한다. 206명이 숨지고 2만3653명이 다쳤다. 현재 국회에는 음주운전 재범 기간 등을 규정해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