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소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소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13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검찰 내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지명한 뒤 “글로벌 스탠다드” “유창한 영어 실력” “미국 변호사” “사법제도 정비 적임자”라고 애써 강조했다. 한 후보자를 설명하는 대표적 수식어인 ‘당선자 최측근’ ‘최고 특수통 검사’ 관련 언급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선 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언급하며 검찰 특별수사 정점인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직접 거론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윤 당선자가 ‘국제 기준에 맞는 사법제도 정비’를 위해 한 후보자를 낙점했다고 보는 이는 검찰 내부에 아무도 없다. 한 후보자를 수사라인에서 빼는 제스처로 보복수사 논란을 차단하는 동시에, 검찰 인사권을 쥔 대통령 본인과 최측근 장관을 통한 검찰 직할통치를 확실히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경찰 조직을 아우르는 행정안전부 장관에 윤 당선자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후배 법조인을 지명한 것과도 연결된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사정기관의 힘과 생리를 꿰고 있는 윤 당선자가 검찰-경찰 두 조직만은 정치권 인사 등에게 맡기지 않고 본인이 직접 쥐고 가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부에서도 법무부·행안부 장관 후보자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광고

한 후보자는 이날 당선자 최측근으로 수사 공정성 우려가 제기된다는 질문에 “(당선자와는) 서로 맹종하고 끌어주고 밀어주는 관계가 아니다. 맹종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장관 후보자가 자신을 지명한 차기 대통령과의 관계를 설명하며 “맹종하지 않겠다”는 수위 높은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두 사람 관계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자를 ‘석열이형’이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로 격의 없이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당선자 배우자인 김건희씨와도 여러 차례 연락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 검찰 간부는 “특수통으로 주요 사건에서 성과를 내 온 한 검사장을 검찰 내에서 충분히 중용할 수 있었는데도, 수사권이 없는 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외견상 정치보복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고위 간부는 “윤 당선자는 최측근 장관과 검찰총장 직할체제를 구축해 검찰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고
광고
13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3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 당선자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카드를 꺼내면서 그가 공약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역시 큰 의미가 없었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후보자는 이날 윤석열-한동훈 체제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던 추미애·박범계 장관 실명을 거론하며 “장관에 취임하더라도 수사지휘권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애초 장관 수사지휘권이 청와대-법무부-검찰이 한몸처럼 움직였던 보수정권에선 발동 자체가 없었다는 점에서, 오는 7월 검찰 정기인사 등을 통해 ‘윤석열 라인’ 복원이 이뤄지면 굳이 수사지휘권이 필요하겠느냐는 것이다.

한 후보자 지명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폐지 추진에 대한 강대강 맞불 성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후보자는 “이런 법안 처리 시도는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