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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서울 철새보호구역에 철새 발길 뚝 끊긴 이유는?

등록 :2022-01-18 04:59수정 :2022-01-18 14:29

지난 6일 오전 10시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합수부에서 하천 정비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2005년 2월 서울시가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김양진 기자
지난 6일 오전 10시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합수부에서 하천 정비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2005년 2월 서울시가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김양진 기자

“지난주 호안 블록 교체 공사가 끝나니 새들이 조금 많아지긴 했는데…작년까지 보였던 고방오리·흰죽지·큰기러기는 여전히 안 보이네요.”

지난 6일 오전 8시 서울 양천구 오목교 서쪽에서 추운 강바람을 맞으며 쌍안경으로 철새 움직임을 관찰하던 오윤애씨가 말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오씨 등 3명은 안양천 철새를 모니터링하는 시민모니터링단 일원이다. 앞서 서울시는 안양천 오목교~목동교(2007년 5월) 구간과 중랑천(2005년 2월), 청계천(2006년 3월) 일부 구간을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12월 시작돼 여섯번째(총 11번 예정) 조사인 이날 모니터링에서는 새 21종, 1019마리가 관찰됐다. 물닭·백할미새·비오리·알락오리·논병아리·홍머리오리·쇠오리 등 철새들도 90마리 포함됐다. 앞서 호안 블록 교체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4일(14종·247개체), 14일(22종·352개체)과 견주면 3~4배 늘었다.

지난 6일 오전 8시 서울 안양천 철새보호구역에서 시민모니터링단이 철새를 조사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지난 6일 오전 8시 서울 안양천 철새보호구역에서 시민모니터링단이 철새를 조사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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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보호구역서 철새 내쫓는 공사·정리작업 한창

“지난주까지 굴착기가 시끄럽게 땅을 파댔어요. 발소리에도 예민한 친구들인데…”

함께 조사에 나선 이용례씨가 휑하게 드러난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단풍잎돼지풀 열매 부위를 손가락으로 으스러뜨리며 “(구청에서는) 생태교란종이라고 하는데, 수만㎞ 날아온 철새들에게 잡초 씨앗은 소중한 식량이에요. 보시면 알지만 씨앗이 한 알도 안 남았잖아요. 구청에서 없앤 풀숲도 새들이 몸을 가리거나 놀거나 하는 곳이에요”라고 말했다. 오씨도 말끔하게 정리된 주변 버드나무들을 가리키며 “나무 잔가지는 작은 새들이 쉬거나 몸을 숨기는 곳인데, (구청에) 얘길 해도 듣질 않아요”라고 말했다.

실제 2년 전(2019∼2020년) 서울시 조사 때 개체 수는 1809마리였는데, 안양천 정비공사가 진행되면서 1년 뒤(2020∼2021년) 시민조사단 조사에서는 1295마리(1년 전)로 28.4% 감소했다고 한다. 특히 철새 비중은 69%에서 29%로 줄었다.

이날 현장에 동행한 최진우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서울시·자치구에서 이름만 철새보호구역이라고 붙이고 실제로는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니터링을 시작한 지 30분가량 흘렀을까. 목동 빗물펌프장 옆으로 멸종위기 1급 매가 까치를 사냥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냥에 실패한 매는 목동운동장 조명탑 위에서 주위를 살폈다. 먹이사슬 상위 맹금류가 포착된 것은 생태계에 좋은 신호라고 한다. 오씨는 “지금까지 황조롱이 2마리, 말똥가리 2마리가 관찰됐는데, 안양천에서 매가 공식 보고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반가워했다.

서울 중랑천에서 철새를 관찰해 노트에 적고 있는 시민모니터링단. 김양진 기자
서울 중랑천에서 철새를 관찰해 노트에 적고 있는 시민모니터링단.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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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선 ‘시민편의’ 공사, 한쪽선 ‘출입자제’ 안내문

이날 오전 10시께 찾은 중랑천 철새보호구역(중랑천·한강 합수부~청계천 합수부)에서도 응봉 쪽에서 공사(중랑천 생태복원 및 친수문화 조성 공사)가 한창이었다. 굴착기와 대형트럭이 강가를 오갔고, 설치될 깔끔한 흰 돌계단들이 한쪽에 쌓여 있었다.

올겨울 일곱번째인 이날 모니터링에 나선 ‘북부환경정의 중랑천사람들’ 이정숙 대표는 “공사구역 쪽은 새가 안 보입니다. 그만큼 소음에 민감해요.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으로 소와 여울이 반복돼 돌에 붙은 수서곤충이나 물풀 등 먹이가 풍부해 원래는 새들이 새까맣게 많았는데…”라고 말했다.

공사구역에서 100m가량 벗어나자 알락오리, 논병아리 같은 겨울 철새와 상당수가 텃새화된 민물가마우지·흰뺨검둥오리·청둥오리, 그리고 누군가 수입해 키운 것으로 보이는 아프리카거위까지 다양한 새들이 포착됐다.

특히 그늘진 성수 쪽 중랑천 변에 원앙 수백마리가 몰려 있었다. 이 대표는 “응봉 쪽이 따뜻하지만 운동이나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많아(새들이 그늘진 성수 쪽으로 피해)요”라며 “수학처럼, 사람·공사는 철새 수에 반비례하고 하천변 초지대는 넓을수록 철새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풀숲에서 먹이를 찾는 멧도요도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종이라고 한다. ‘이 지역은 철새보호구역입니다.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성동구청 ‘통행금지 안내문’을 본 한 모니터링 요원이 말했다. “한쪽에선 돌계단을 쌓아 출입하게 하고, 표지판은 자제하라고 하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지난 6일 서울 안양천 철새보호구역에서 관찰된 멸종위기 1급 매. 오윤애씨 제공
지난 6일 서울 안양천 철새보호구역에서 관찰된 멸종위기 1급 매. 오윤애씨 제공

지난 6일 중랑천에서 관찰된 멧도요. 북부환경정의 중랑천사람들 제공
지난 6일 중랑천에서 관찰된 멧도요. 북부환경정의 중랑천사람들 제공

‘철새보호구역에서 철새 보호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안은란 서울시 자연자원팀장은 “시민의 편의나 안전을 위해 공사가 불가피할 때가 많다”면서도 “생태 전문성이 있는 시민사회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보고 모니터링 등을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은 “철새보호구역 내에서만이라도 사람과 철새의 완충지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1년 전 겨울 안양천에서 확인된 고방오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흰죽지, 황조롱이, 꿩. 오윤애씨 제공
1년 전 겨울 안양천에서 확인된 고방오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흰죽지, 황조롱이, 꿩. 오윤애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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