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배노조 소속 기사들을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경기 김포 택배대리점주 이아무개(40)씨의 유족이 노조원 13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17일 오전 이씨의 아내는 경기 김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택배노조 김포지회 노조원 13명을 이씨를 괴롭힌 가해자로 지목하고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유족은 기자회견에서 “피고소인들은 단체 대화방에서 남편이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택배기사에게 돌아갈 돈을 빼돌리는 방법으로 많은 돈을 벌어갔다는 등 허위 사실이나 입에 담기 어려운 심한 욕설을 올리며 남편과 저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소인들은 남편을 집단으로 괴롭혀 장기집배점(대리점) 대표에서 물러나게 하고 운영권을 가져가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남편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이들을 용서할 수 없고, 남편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결심으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했다.

앞서 김포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던 이씨는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한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끝내 숨졌다. 씨제이(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는 유서를 확인한 결과, 이씨가 평소 조합원들이 배송을 거부한 택배 물량을 직접 배송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자신을 괴롭힌 조합원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달 2일 전국택배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조합원이 이씨를 괴롭힌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택배 표준약관에 따라 배송 조건에서 벗어나는 택배의 배송을 거부한 것은 정당했다고 강조했다. 이씨의 극단적 선택에는 씨제이대한통운이 대리점 포기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택배노조가 이 과정에서 이씨의 개인 채무 관계까지 공개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