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면 교사도 아이들과 보호자만큼 떨리고 긴장된다. 교사들은 방학 중인 2월에도 내내 학교에 나가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교실 청소를 하며, 학급 환경을 정돈한다. 새로운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지난 칼럼에 이어 한해 동안 교실살이에 도움이 될 만한 ‘성평등한 학급 만들어보기’ 2탄을 준비했다.
④ 성별 특성을 나누어 생각하지 않기
남학생은 운동을 좋아하고 무거운 것을 잘 들며, 대신 산만하고 집중력이 낮다? 여학생은 섬세하고 꼼꼼하고, 대신 잘 삐쳐서 맞추기 어렵다? 교사가 가지고 있는 성별 고정관념에 따라 아이들을 바라본다면, 개개인의 특성과 상관없이 그 고정관념의 틀에 맞춰 자라나게 된다. 무거운 물건을 들 일이 있으면 “남학생 3명” 대신 “오늘 컨디션 좋은 사람 3명”을 부르자. “여자애가 왜 이렇게 산만하니?”라고 여자애라서 꾸짖기보다 “민지야, 수업에 집중하자”라고 말해보자.
⑤ 엄마의 양육 부담을 당연하다 여기지 말기
남성 육아휴직자 2만명의 시대. 물론 아직 턱없이 부족하지만 변화는 시작됐다. 학교는 어떨까? “내일까지 알림장에 엄마 사인 받아 와.” “엄마가 어제 준비물 안 챙겨주셨어요.” 교사뿐 아니라 아이들도 엄마의 양육 부담을 너무도 당연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이다. 교육이 학교와 가정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일은 맞지만, 이를 온전히 엄마의 몫으로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또한 엄마, 아빠, 아들 하나, 딸 하나의 ‘정상가족’ 틀에서도 벗어나자. 한부모 가정, 조부모나 삼촌, 이모와 지내는 가정, 혹은 보호시설에서 지내는 학생들까지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다. 이제 부모 대신 보호자라는 단어를 입에 붙여보는 건 어떨지.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교실은 교사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할 수 있다.
⑥ 혐오 표현에 단호하게 대처하기
“계집애 같은 게!” “너 게이냐?” “응~ 니애미” 유행처럼 번져 교실을 뒤덮은 혐오 표현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특히 수업 중 예고 없이 나타나는 혐오 표현에 대처하기란 쉽지 않다.
수업 진행하랴, 평가하랴, 교사가 해야 할 일에 치여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넘어갈 때도 많다. 한데 학생들은 교사의 대처가 없으면 문제 행동이라 인식하지 못한다. 교사의 단호하고 빠른 피드백이 없으면 혐오가 그 교실의 학급 문화가 되어버린다.
혐오 표현이 들리면 수업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뭐라고 말했는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 말인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자. 아이 스스로 문제 언어라는 것을 파악하면 교실 속 혐오 표현은 차츰 줄어들 것이다.
성평등한 학급은 교사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틀을 깨는 데에서 시작한다. 이 관점은 성별을 넘어 장애, 문화, 권력, 계급 등 다른 층위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나와 다른 너’를 이해하게 된다.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학급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전국의 선생님들께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김수진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공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