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과 2016년의 한국, 홍콩, 대만 청소년의 시민역량을 비교·분석해본 결과, 이 기간에 한국 청소년의 시민역량이 다른 국가에 견줘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김태준 한국교육개발원 민주시민교육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이 서울 중앙대에서 한국사회학회 등이 주최한 정기사회학대회의 ’한국사회와 교육 세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이 발표는 국제교육협의회(IEA)가 2009년과 2016년에 각각 38개국과 24개국의 중학교 2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시민 역할에 대한 지식, 이해, 태도, 행위 등을 조사한 국제 시민의식 및 시민권 교육연구(ICCS) 결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김태준 선임연구위원은 여기서 아시아 국가 가운데 2009년과 2016년의 조사 모두에 참여한 한국, 대만, 홍콩의 결과를 5개로 유형화해 비교했다. 3개국 청소년의 시민역량을 시민의식, 학교 내외의 참여 활동, 시민지식 등의 영역으로 나누어 △시민의식과 시민지식이 양호하고 사회참여가 활발한 ‘적극 사회참여형’ △시민의식과 시민지식은 얕지만 사회참여가 활발한 ‘참여활동 위주형’ △시민지식·사회참여 모두 저조한 ‘지식 결핍형’ △시민의식·사회참여 모두 낮은 ‘의식 결핍형’ △시민의식과 시민지식이 높고 사회참여가 양호한 ‘가치 성숙형’이 이 분석틀이다.
한국 청소년의 경우 7년 동안 시민의식 수준과 사회참여가 모두 높아져 전반적으로 시민역량이 크게 강화되었다. 2009년에는 의식 결핍형이 50.1%로 가장 많았으나, 2016년에는 그 비중이 11.6%로 줄어들었다. 2016년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가치 성숙형으로 37.4%를 기록했다. 적극 사회참여형이 25.8%로 그 뒤를 이었다. 이는 각각 2009년의 20.8%(가치 성숙형), 9.1%(적극 사회참여형)에서 크게 상승한 것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청소년의 시민역량이 고루 개선된 이유를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 학생의 주체적 참여활동을 강조하는 자유학기제 시행, 학교의 지역사회 연계 활동의 확대 등의 교육적 노력의 효과”로 풀이했다. 2016년 조사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전 국민적인 지지를 받으며 전개됐으며 청소년들의 참여 열기 역시 뜨거웠다는 점도 조사 결과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홍콩과 대만에서도 청소년 시민역량의 내적 개선이 눈에 띄었다. 2009년 홍콩은 지식 결핍형(28.1%)과 의식결핍형(25.9%)이 각각 상위 1, 2위에 달했으나, 2016년에는 가치 성숙형(36.2%)이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지식 결핍형(29.4%)과 적극 사회참여형(18.5%)이 이었다. 대만은 1차 조사 때 가치 성숙형(30.2%)과 의식 결핍형(26.9%), 지식 결핍형(21.1%)이 고르게 높았으나 2차 조사 때 가치 성숙형이 60.3%로 크게 높아졌고 의식 결핍형(7%)과 지식 결핍형(14%)이 크게 줄었다.
송진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jy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