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재미 사회정의교육재단 손성숙 대표

새해 3월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교육통합구에서 공립학교 10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본군 ‘위안부’ 역사에 대한 교육을 시작한다. 미국에서 처음 시행하는 위안부 교육은 그 자체로 획기적인 일이고 현지 주민들의 호응도 커 벌써부터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2015년 10월 교육통합구 교육위원이던 샌드라 퓨어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의 발의로 채택된 뒤 2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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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예비 실습을 해봤는데,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와 학부모들의 호응도 아주 좋다.” “항상 강조하는 것이지만, 위안부 교육은 일본을 비판하거나 ‘왕따’ 시키려는 게 아니다. 이는 반인륜적이고 반여성적이며, 인종주의·제국주의적인 전쟁범죄를 비판하고 인류 보편의 올바른 가치를 회복하려는 것이다.”

그동안 ‘위안부 교육’ 교재 만들기 등 준비작업을 주도해 온 재미동포 손성숙(52·사진) 사회정의교육재단 대표가 지난달 31일 <한겨레>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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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샌프란시스코 시의회 ‘통과’
교육통합구 공립학교 10학년 대상
“새해 3월 미국내 첫 ‘위안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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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아시아계 ‘위안부정의연대’ 참여
교육위 공동의장으로 ‘교재’ 주도
“예비실습에 교사·학부모도 호평”

손 대표는 우선 “마이클 혼다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퓨어 시의원 말고도, 지난 9월 미국 대도시에서 가장 먼저 건립된 샌프란시스코 ‘위안부' 기림비 설립 안건을 제안하고 통과시킨 에릭 마 전 시의원도 있다. 그는 지금 샌프란시스코 주립대에서 동양아시아학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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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표는 “내년 3월부터 시작되는 10학년 대상 위안부 교육은 일본 쪽의 방해로 2차 대전에 관한 교육과정 틀 안에서 가르치게 돼 있지만, 지난 7월 통과된 개정 교육과정 교수 학습자료는 캘리포니아주 전체에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일선 교사들의 재량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 7월 14일 캘리포니아주 교육위원회 공청회에서 역사-사회과학 교육 개정안이 최종 승인될 때, (일본 정부 쪽 로비로)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 링크를 개정안에 포함시키는 조항을 일방적으로 끼워놓은 사실을 알고 분개했다.”

지난 9월의 위안부 기림비 건립 때도 일본에서 갖가지 방해공작을 벌인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9월에 건립됐지만 10월에 그 사실을 공개하게 된 이유가 기림비 동판에 새겨진 글귀를 일본 쪽에서 문제삼아 시의회 등에 반론을 제기하고 샌프란시스코-오사카 자매 결연을 파기하겠다는 등의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에겐 할 일이 많아진 셈”이라는 손 대표는 “미국에선 일선 교사들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좋은 일은 어떤 환경에서도 이뤄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 만큼 손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누구보다 분노했다. 합의 두달 뒤인 지난해 1월부터 재미 한인과 중국계·필리핀계 그리고 일본계까지 합세한 범아시아계 위안부정의연대(CWJC·2015년 10월 결성)의 교육위원회 공동의장을 맡아 위안부 교육 교재 만들기, 교사들 워크숍 등을 주도해왔다. 올 들어 5월에는 사회정의교육재단을 출범시키고 대표가 됐다.

손 대표는 15살 때인 1980년 고교 입학 한달 만에 부모를 따라 이민 간 1.5세대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언어학을 전공한 뒤 귀국해 연세대에서 1년 정도 한국학을 공부했고 국어학과에 편입했다. 재미동포 남편과 결혼해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한 그는 첫아이를 낳고서 이중언어 교육에 관심을 두게 됐다. 교원자격증까지 딴 그는 92년 샌프란시스코 교육통합구 이중언어 지도교사가 됐고 그해 이중언어교육 프로그램 시의회 통과와 94년 교육 시행에 주도적인 활약을 했다.

그는 이중언어 교육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언어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으로의 동화주의는 민족 다양성을 말살한다. 어떤 언어가 다른 언어보다 더 우월하며 유용하다고 주장하거나 이중언어 교육이 학습에 지장을 준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모든 언어들에 대한 동등한 학습 기회를 주고 당사자가 선택하게 해야 한다. 어린아이가 자신의 모국어를 쓰지 못하고 영어가 우월한 언어라고 배우게 되면 그 아이는 자긍심도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상실하고 쉽게 외부 권위에 통치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건 옳지 않다.”

글·사진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