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공개된 국정 교과서 <한국사>의 최종본을 검토한 결과, 뉴라이트 단체 교과서포럼이 2008년 발간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일명 ‘뉴라이트 교과서’)와 우파 성향 학자들이 2013년 집필한 교학사의 검정교과서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8일 ‘무엇이 무엇이 똑같아요? 대안교과서-교학사교과서-국정교과서가 똑같아요’라는 주제로 국정교과서 최종본과 뉴라이트 교과서, 교학사 교과서를 비교 분석한 결과물을 발표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008년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이 발간한 대안교과서와 2013년 교학사 교과서, 2017년 발표된 국정교과서 최종본을 분석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극우세력이 10년간 줄기차게 추진해온 역사변조의 결정판이다. 뉴라이트 역사쿠테타 10년의 결과물이 바로 국정교과서”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독립운동사 축소·부실 서술’, ‘일제 식민통치 왜곡’, ‘친일파 청산 좌절의 책임 모호하게 서술해 이승만 옹호’, ‘냉전 및 반공주의로 회귀’ 등을 중심으로 10여가지의 서술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뉴라이트 세력이 이승만의 라이벌 ‘안창호’에 대한 경력과 대한인 국민회 서술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국정교과서(208쪽)에는 “안창호는 대한인 국민회 중앙총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고 서술했지만, 안창호는 초대회장이 아닌 3대 회장이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친일청산의 좌절에 대해서도 ‘반공’ 논리를 내세우며 당시 집권한 정부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뉴라이트 교과서(145쪽)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서술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위시한 우파 집권세력은 좌파 공산주의자들이 끊임없이 체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친일파 청산보다 내부 단결과 반공 태세가 더 급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썼는데, 국정교과서에도 “이승만 정부 또한 반민특위 활동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공산화 위협에 대처해야 할 시급성 등을 들어 반공 경험이 풍부한 경찰을 잡아들여서는 안된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고 썼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공산화 위협에 대처해야 할 시급성’을 예로 들어 반민특위 활동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 이승만 정부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 책임 소재도 모호하게 서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교학사 교과서(322쪽)는 3·15 부정선거를 행한 주체의 주어를 ‘이승만 정부’ 대신 ‘정부’라고 바꿈으로서 이승만의 책임을 모호하게 표현했다”며 “국정교과서도 ‘이승만 정부는 대통령 유고 시 승계권을 가진 부통령에 자유당 이기붕 후보를 당선시키고자 3·15 부정선거를 자행했다’고 쓰면서 이기붕을 강조하고 이승만의 책임을 누그러뜨렸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제의 ‘문화통치’ 시기 대두된 대중운동을 설명하며 학계에서 잘 쓰이지 않는 ‘민족실력양성운동’이란 신조어를 사용한 점, 5·16 군사쿠테타를 설명하며 변조된 혁명공약을 수록한 점 등도 뉴라이트 교과서부터 교학사 검정교과서, 국정교과서로 이어지는 서술이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