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대 입시에서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강남 3구 일반고가 합격자를 독식하는 쏠림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학년도 서울대 합격생의 42.0%를 차지했던 이런 학교들 출신 학생 비율은 2016학년도 입시에서 49.1%로 늘어 절반에 달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겠다”며 도입한 학생부 종합전형이 이런 독식현상을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특정 학교들에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과성적, 비교과활동, 자기소개서, 면접, 수능성적 등 각 요소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요구하는 현재의 입시제도가 부모·출신학교·사교육 등의 지원 없이 학생 개인의 노력으로 대비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목·자사고·강남권 고교
합격생 비중 49%로 늘어
현정부 도입 ‘학생부 종합전형’
되레 편중 심화 부추겨
“교과·비교과 다 우수해야
부모지원·사교육 큰 변수”

서울대 합격자 중 특목고·자사고·강남3구 일반고 비중
서울대 합격자 중 특목고·자사고·강남3구 일반고 비중

1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동춘 전 진학지도교사협의회 공동대표(현 대전 대성여중 교사)에게 의뢰해 분석한 ‘2013~2016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현황(최종 등록자 기준)’ 자료를 보면, 특목고(과학고·영재학교·외국어고·국제고)와 자사고(전국단위·광역단위 포함) 비중이 2013학년도 32.9%에서 2016학년도 40.9%로 늘었다. 일반고(자율형공립고 포함) 비중은 같은 기간 60.3%에서 51.9%로 줄었다. 예술체육고·특성화고 등 기타 고교가 7.2%였다. ‘사교육 특구’로 불리며 특목고·자사고 못지않은 입시 실적을 내온 강남 3구 일반고의 비중은 같은 기간 9.1%에서 8.1%로, 다른 일반고에 견줘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수시모집에서 강남 3구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에서 6.7%로 소폭 늘었다. 일반적으로 특목고, 자사고, 강남 3구 일반고는 입학 자체에 부모의 사회경제적인 뒷받침이 큰 영향을 미치는 학교로 평가된다.

서울 지역만 놓고 보면 특목고(32.3%)와 자사고(22.2%), 강남 3구 일반고(21.0%) 출신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75.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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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특정 학교들의 합격자 독식이 심해지면서 서울대 합격자를 1명이라도 배출한 고교는 2016학년도 824곳에 그쳤다. 전국의 고등학교는 2015년 기준 1799개(직업교육을 하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제외)에 이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당시 서울 지역 특목고·강남3구 쏠림 현상을 연구(2012년 ‘대학 진학 격차의 확대와 기회형평성 제고방안’ 보고서)한 바 있는 김영철 상명대 교수(금융경제학)는 “서울대 진학에서 출신 학교에 따른 격차가 이 정도 벌어졌다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상위권 대학을 모두 합치면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결국 이런 학교 격차 탓에 고등학교 입시를 위한 사교육 경쟁이 초등학교까지 내려가고 있다”며 “입시정책이 사회적 이동성 확대와 교육의 기회 형평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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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학생부 종합전형이 입시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런 흐름이 더 가속화되고 있다고 본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기초교육학부)는 “교내대회, 독서, 동아리 등 비교과 활동을 비중 있게 평가하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문화자본의 차이가 반영돼 계층적인 쏠림을 강화할 수 있다”며 “환경적인 요인에 따라 학생의 잠재력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할당제 도입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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