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처럼 제자의 학위 논문이나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을 자신이 쓴 것처럼 학술지 등에 게재하고 연구비를 받거나 재임용·승진 심사 때 활용한 상당수 대학 교원들은 해임당하거나 재임용에 탈락했다. 대법원도 이들에 대한 징계는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9일 공개한 연구 윤리 관련 판례들을 보면, 1996년 대법원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를 받고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그대로 옮겨 연구결과 보고서를 제출한 국립대 교수의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대학 사회의 학술연구 및 면학 분위기를 해치고 국립대 교수로서 학생 지도에 관한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못했다”며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 제63조(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도 제자의 학위 논문 내용을 줄이는 식으로 그대로 정리해 교내 학술지에 논문 10편을 제출했으며, 이 중 4건에 대해 1570만 원의 연구비를 받았다.
대법원은 또 타인의 논문이나 저서를 자신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작성한 것처럼 학술지 등에 발표·출판하고 이를 재임용·승진 때 활용한 것도 문제라고 봤다. 2010년 대법원은 타인의 저서를 자기 연구실적으로 내세웠다 발각돼 재임용 심사에서 떨어진 한 사립대 교수에 대해, 재임용 제외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교수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품성인 학문적 정직성을 저버린 행위로서 윤리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명시했다. 2009년에도 대법원은 다른 사람의 논문을 단독 또는 공동으로 작성한 논문인 것처럼 학술지에 제출한 논문을 부교수 승진 심사에 제출한 사립대 교원에 대해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판결했다. 특히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논문의 저작자 표시를 동의하거나 적극적인 권유를 하였는지 여부는 업무방해죄 성립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저자가 이름을 같이 싣자는 것에 동의했더라도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김 후보자도 제자의 학위 논문을 거의 그대로 가져와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승진 심사 때 연구 실적에 포함한 바 있는데, 그는 제자들이 거기에 동의해 문제없다는 식으로 밝히고 있다.
정진후 의원은 “이미 대법원에서 김명수 후보자와 같은 사유로 교수로서 자질이 없다고 판단된 판례로 보아 김명수 후보자는 교육부 장관은커녕 교수 자질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논문 무임승차, 대법 판례선 “저자가 동의했더라도 불법”
김 후보자와 같은 사례 보니
“교수 재임용 탈락은 정당” 판결
논문 가로챈 교수에도 “해임 정당”
기자김민경
- 수정 2014-07-09 20:22
- 등록 2014-07-09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