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학생과 일반교사의 장애 이해 증진 등이 병행될 때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운영되는 통합학급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비장애학생과 일반교사의 장애 이해 증진 등이 병행될 때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운영되는 통합학급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중학교 2학년 자폐 아들을 둔 학부모 김가연(가명)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가 중학교부터는 장애학생들만 따로 교육을 받는 ‘특수학교’로 진학하길 바랐다. 초등학교에서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한데 모여 ‘통합학급’에서 함께 지내다가 장애학생들만 따로 ‘특수학급’에 모여 일주일에 7~10시간 정도 교육을 받는 ‘통합교육’을 받았다. 한데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 통합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주변 장애아 학부모들의 조언 때문이었다. 그러나 특수학교는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배정받지 못했다. 일반중학교의 특수학급으로 진학하게 된 아이는 비장애학생들 사이에서 사실상 왕따와 다름없이 방치됐다. 사춘기에 들어서는 비장애 중학생들은 장애학생에 대한 배려를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정서적 여유가 없었다.

1학년 2학기, 김씨의 아들은 비장애 여학생을 느닷없이 뒤에서 껴안아 담임교사의 주의를 받았다. 이후 그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남은 아이는 자신이 껴안았던 비장애 여학생이 눈에 띄기라도 하면 소리를 지르며 교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후 아이는 통합학급에서 지내지 못하고 특수학급에 머물러야 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는 통합학급에서 외딴섬과 같다. 고등학교만큼은 죽기 살기로 특수학교에 보낼 계획이다.”

2007년 5월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장애인 및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사람에게 통합교육의 환경을 제공하도록 명시해 장애아 부모의 의사에 따라 장애학생들도 통합학급에서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장애학생들은 비장애학생들의 행동을 관찰, 모방하며 또래 아이들의 바람직한 행동을 배우고, 사회 적응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비장애학생들 또한 학창시절부터 장애학생들과 어울리며 장애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을 줄이고, 그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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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육 공감하지만 현실에선 포기하게 돼

장애아 학부모들은 이런 통합교육의 취지에 적극 공감하면서도 그 ‘교육적 이상’을 실현할 여건은 부족하다고 말한다. 특히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는 중증 장애학생의 경우 일반학교에 진학해 통합교육을 받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중목초 송혜란 특수교사는 “자녀를 중학교에 입학시킨 지 일주일만 지나면 ‘초등학교의 통합학급과 상황이 너무 달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상담전화를 하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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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의 경우 장애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루 종일 한 명의 담임교사가 교실을 지키는 초등학교와 달리 수업시간마다 교과별 교사가 바뀌기 때문이다. 지적장애 자녀를 둔 문지영(가명)씨는 “초등학교 때는 담임교사가 ‘우리 반 아이’라고 의식하며 챙겨주기도 하고, 반 아이들이 장애학생을 배려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도 했지만, 중학교에 올라와서는 조례와 종례시간에만 잠깐 담임교사를 보거나 특수학급으로 등교해 아예 만나지 못하는 날도 많다”고 말한다. 교과교사들은 장애학생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탓에 장애학생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경기를 일으키는 등 돌발 행동을 하거나 문제 행동을 일으켰을 경우 적절히 대응하거나 지도하지 못한다.

장애아 학부모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비장애학생들의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장애를 이유로 장애학생의 입학을 거부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 만큼 학교 현장에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물리적 통합’은 이뤄지고 있지만, ‘정서적 통합’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비장애학생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초등학교 시절과 같은 또래 관계는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시각장애나 청각장애와 같은 지체장애의 경우와 달리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은 비장애학생들과 깊은 고민을 나누거나 또래 문화를 함께 즐길 상대가 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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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연씨는 “비장애 아이들이 장애에 대해 이해가 높다면 굳이 보조교사가 교실에 들어와 도와주지 않아도 같은 반 아이들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겠지만, 사춘기인 비장애 아이들로부터 장애 아이를 보호하는 게 최우선일 만큼, 비장애 아이들은 학교폭력과 따돌림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한다.

또래간 공감 넓히고 적응력 키우자 교육적 취지로 시행한 지 7년 하지만 정서적 통합은 여전히 멀다 폭력과 따돌림에 시달리기도 한다 가장 아쉬운 건 장애 이해 부족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 찾아 특수학교로 옮겨가려 하지만 시설 적어 입학은 ‘하늘의 별 따기’

중고등학교가 학업 성취와 입시 준비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 역시 통합교육에 걸림돌이다. 장애학생이 수업 중 돌발 행동이나 문제 행동을 일으킬 경우 그에 대한 이해보다는 학습 분위기를 흐린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 일쑤다. 서울 영남중 송재민 특수교사는 “일반 중고등학교의 학습 수준이 높다 보니 장애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가기는 불가능하다. 주5일제 수업을 하면서 학습 진도는 더 빡빡해지고, 현장체험이나 학교행사는 줄어들면서 장애학생들이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몸으로 부닥치며 어울릴 기회마저 줄고 있다”고 말한다. 현장체험을 가더라도 장애학생 보호와 안전을 위해 특수교사 인솔 아래 장애학생들만 따로 다니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장애아 학부모들은 ‘수업시간에 조용히만 있으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상황에서 통합교육의 목표인 ‘참여’와 ‘어울림’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통합교육을 ‘이상적 모델’로 생각했던 교사들도 열악한 교육 현장과 마주한 이후에는 분리 교육 또한 필요하다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기도 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는 “대학 시절에는 특수학급마저 두지 않고 일반학급에서 비장애학생과 하루 종일 함께 배우는 ‘완전통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교육 현장에 오고 나니 장애학생의 특성에 따라 통합교육과 분리교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일반학교의 특수학급 적응이 쉽지 않다고 해서 장애학생들만 모여 있는 특수학교로 쉽게 옮겨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013년 현재 전국의 특수학교는 162곳으로, 장애학생 8만6000명 중 2만5000명 정도만 입학할 수 있다. 장애학생 수에 비해 특수학교의 수가 부족하다 보니 장애아 학부모들은 특수학교 입학도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전학은 더더욱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초등학교 2학년 지적장애 자녀를 둔 안명숙(가명)씨는 “아이가 일반초등학교에 입학해 혹시라도 적응에 실패할 경우 특수학교로 옮기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처음부터 일반학교의 통합교육은 포기하고 특수학교에 들어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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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학부모들은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을 늘려가기 이전에 특수학교부터 충분히 세워 두 가지 선택지 중 어디를 택할지 좀더 편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수학교로 언제라도 옮겨갈 수 있다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통합교육에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익근무요원이 보조교사로 장애학생의 학습을 돕는 모습.(사진은 해당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한겨레> 자료사진
공익근무요원이 보조교사로 장애학생의 학습을 돕는 모습.(사진은 해당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한겨레> 자료사진
통합교육 위한 전제조건부터 채워야

“통합교육을 지향한다는 방향 설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당장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 해법이 쉽지 않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연구실장의 말이다. 지금 현재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은 통합교육의 문제라기보다는 통합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한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지 못한 탓이라는 설명이다.

첫번째 전제조건은 학급당 인원수 감축이다. 통합학급의 경우 담임교사가 장애학생에게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대략 20~25명 정도인 학급당 인원에서 2~3명 줄이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한다. 한 학년에 장애학생이 여러 명인 경우 통합학급에서 줄인 인원수만큼 일반학급에서 받게 되면 해당학급의 학생 수가 너무 많아지는 탓이다. 결국 통합학급의 학생 수를 줄여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특수교사 증원도 절실하다. 2013년 현재 특수교육 담당교원의 1인당 학생 수는 5명으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정한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 교사 배치 기준인 학생 4명당 1명을 넘는다. 장애학생 한 명을 맡는 것이 학급 하나를 운영하는 것만큼 힘든 현실을 고려하면 특수교사 증원은 시급히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게 특수교사들의 요구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특수교사의 수가 부족하고, 그 빈자리는 기간제 교사로 채우다 보니, 장애아 학부모가 특수교사의 육아휴직을 허락하지 말라고 학교장에게 요청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한다.

일반교사들의 특수교육에 대한 이해 부족은 더 큰 문제다. 2013년 4월 현재 통합학급을 담당하는 교사 중 특수교육과 관련한 연수를 1시간도 받지 않은 교사는 61.7%에 달한다. 지적장애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엄마인 나도 아이의 장애를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기까지 수년이 걸렸는데,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일반교사들이 통합학급을 맡게 될 경우 얼마나 당황스럽겠냐”고 말한다.

통합교육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인 만큼, 언제라도 통합학급을 맡게 될 수도 있는 일반교사들이 교직 이수 과정에서 특수교육과 관련된 과목을 이수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치훈 정책연구실장은 “장애학생 교육은 교사 1인이 혼자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교사들이 협력해야 하는 것인 만큼 일반교사가 특수교사와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를 교사 양성과정에서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학생이 학교 졸업 뒤 실질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개별화 직업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치훈 정책실장은 “미국의 경우 장애학생이 16살이 되면 사회 진출에 대비해 고등학교 3년간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각 장애학생의 특성을 고려해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의 통합교육은 돌봄 문제를 해결하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다.

장애 학부모들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은 비장애학생들의 장애 인식 개선이다. 김가연씨는 “현재 1학기에 한 번 장애 이해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장애에 대한 관심 자체가 부족한 비장애 아이들에게 따분하기만 한 관련 영상물을 보여주는 정도가 대부분”이라며 “적어도 통합학급에 속한 비장애학생에게만이라도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장애 이해 교육을 시켜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