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불평등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학생들의 학교폭력 경험도 늘어난다는 국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교폭력을 학교생활부에 기재하는 등 처벌 중심으로 학교폭력 문제에 접근하는 한국 교육당국이 다른 시각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건의료 연구공동체인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유명 국제학술지인 <국제공중보건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Public Health) 최근호에 실린 ‘학교폭력과 살인, 소득불평등도 분석’ 논문을 4일 소개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소득불평등 지수인 지니계수가 10% 악화하면 학교폭력 가해 경험은 2.5%, 피해 경험 2.9%, 가해와 피해 중복 경험은 4.0%씩 각각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의 소득불평등도가 심할수록 그 국가에서 학교폭력 경험이 증가한다는 상관관계를 밝혀낸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994~2006년 4년마다 실시한 37개 나라의 ‘학령기 아동의 건강행동 연구’ 조사 결과 117건을 재분석한 것으로, 지니계수와 학교폭력 빈도에 대해 국가간 비교 또는 같은 국가의 연도별 추이 비교를 해본 결과 이런 상관관계를 도출해냈다.
연구팀은 또 소득불평등 수준에 따라 국가들을 4개 그룹(지니계수 0.26 미만, 0.27~0.29, 0.30~0.34, 0.34 초과)으로 묶어 학교폭력과의 상관성을 분석해보니 역시 소득불평등도와 학교폭력 경험은 높은 상관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학교폭력 피해자는 소득불평등도가 높을수록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것을 뜻한다. 대개 0.4가 넘으면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심한 것으로 본다.
이번 논문의 대표 집필자인 프랭크 엘가 박사(캐나다 맥길대학 건강과 사회정책 연구소)는 논문의 결론 부분에서 “학교폭력의 사회적 요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학교폭력 문제 해결에 중요한 요소다. 이번 연구는 국가간 소득불평등의 차이가 대부분의 연령과 성별에서의 학교폭력 확산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이 연구 결과는 학교폭력의 원인과 책임을 학생 개인과 폭력 게임·영상물이 넘치는 주변환경으로 돌리면서 인성교육 강화를 해결 방안으로 내놓는 한국 사회에 문제의식을 던진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또 “정부를 비롯한 한국 사회가 학교폭력을 부르는 근본 원인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더는 무의미한 정책들의 실험 대상으로 청소년을 희생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올해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전국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12.0%가 지난 1년간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고, 이 가운데 44.7%는 학교폭력 피해로 인해 자살까지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올해 보고한 우리나라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나라 가운데 꼴찌인 23위를 기록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소득 불평등할수록 학교폭력 는다
‘아동 건강행동’ 분석 국외논문
소득불평등지수 10% 악화땐
학교폭력 피해·가해 4% 상승
“개인·게임 초점둔 해결책 잘못”
기자음성원
- 수정 2013-07-04 20:28
- 등록 2013-07-04 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