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전북·서울 지역 교육감 선거 눈앞

문제. 다음 중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권한은?

①외국어고와 과학고, 국제계열 고교를 지정·고시할 수 있다.(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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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특수교육대상자의 조기발견, 특수교육대상자의 진단과 평가, 특수교육 관련서비스 지원 등을 담당하는 특수교육지원센터를 설치ㆍ운영하여야 한다.(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1조)

③학원이 법을 어겼을 때 등록을 말소하거나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교습과정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교습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1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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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관할 구역 안의 주민을 대상으로 평생교육프로그램 운영과 평생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평생학습관을 설치 또는 지정·운영하여야 한다.(평생교육법 제21조)

⑤학교급식에 관한 계획, 급식에 관한 경비의 지원 등을 심의하기 위해 학교급식위원회를 둔다.(학교급식법 제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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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다섯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권한은 ‘하나도 없다.’ 1번은 교과부 장관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가 폐지 방침을 밝힌 적이 있어 이마저도 장관과 무관한 사안이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다시 문제. 교육정책과 관련해 이 많은 권한을 지닌 이는 누구일까?

정답은 교육감이다. 16개 시도 교육청의 수장인 교육감은 지역의 교육정책에 대한 거의 모든 결정권을 지닌 자리다. 정기오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시민이나 학부모들은 교육과 관련된 일을 교육부가 다 하는 것으로 아는데 특히 초중등교육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권한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장관은 교육감한테 ‘부탁’하는 정도에 그칠뿐”이라고 했다.

더구나 구청장이나 군수 등의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권한을 나눠 갖는 시도지사와는 달리 교육감의 권한은 분산되지 않는다. 김영천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에서 주민들은 광역자치단체의 장(시장, 도지사)은 물론 기초자치단체의 장(시장, 군수, 구청장)까지 뽑기 때문에 예산과 인사에 대한 권한이 분산된다”며 “반면 교육자치에서는 광역자치단체의 장(교육감)만 주민이 뽑으므로 교육감에 몰리는 권한은 거의 제왕적이다”고 했다. 기초자치단체장이나 다름없는 교육장은 교육감이 임명한다.

특목고·평준화·우열반·급식 등 ‘칼자루’ 교육부 장관보다 훨씬 권한 많은 실세

실제로 최근 제·개정된 교육과 관련된 법률은 대개 세부사항을 시도 교육감이 조례나 규칙으로 정하도록 못박고 있다. 지난해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그 예다. 구교현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사무국장은 “특수교육지원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언급은 법률에 있지만 인력배치나 시설기준 등이 법률에 정해져 있지 않아 조례를 만들어 집행하는 교육감의 의지에 따라 여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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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교육감이 중요한 이유는 학생과 학부모가 부딪치는 모든 교육문제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 등 새로운 학교를 짓는 일은 교육감의 고유권한이다. 지난 2003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강북 뉴타운에 자립형사립고 유치를 공언했지만 당시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고교 선발 방식을 결정하는 것도 교육감이다. 현재 비평준화와 평준화 지역이 혼재하는 것은 각 시도 교육감이 서로 다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지난 4.15 학교자율화조치로 폐지된 교육부의 42개 지침은 시도 교육감이 지역사정을 고려해 새로 만들게 된다. 0교시, 우열반 등의 실시 여부를 놓고 대통령이나 교육부 장관에게 비판의 화살이 쏠렸지만 정작 칼자루를 쥔 것은 교육감이다. 교육감이 누구냐에 따라 과거 교육부의 지침을 그대로 살릴 수도, 모든 지침을 없애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학부모 뿐만 아니라 일반 어른들에게도 교육감의 구실은 중요하다. ‘평생교육법’에 따라 공공도서관, 문화원, 청소년수련관, 종합사회복지관, 여성인력개발센터 등을 평생학습관으로 지정해 필요한 경비를 보조할 책임을 지는 게 교육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시 교육감 선거 당시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와 공동으로 교육감 선거 홍보에 나섰던 김정숙 참교육학부모회 부산지부 정책실장은 “교육감의 권한을 따져보면 초중등교육 뿐만 아니라 유아교육, 평생교육 등에도 대단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흔히 초중고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한테만 중요한 선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교육감의 결정하는 교육정책의 영향력 밖에 있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따라서 앞으로 교육감 선거가 예정된 지역(7월23일 전북, 7월30일 서울, 12월17일 대전, 2009년 4월9일 경기)의 주민들은 교육감 후보가 내놓는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따져 투표해야 한다. 특히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당일 투표소를 가지 않고 미리 우편으로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할 수 있는 ‘거소투표’가 실시되므로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다. 김영천 교수는 “과거 학교운영위원들의 간접선거로는 사회적 약자들의 교육적 욕구가 교육감을 통해 대표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생존권적 기본권’인 교육권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길이 교육감 선거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