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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진로 전문가 인터뷰] "진로 교육은 미래 사회에 대한 투자"

등록 :2022-06-27 12:18수정 :2022-06-30 16:47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24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큰 특징은 학교의 진로 교육이 한층 강화되는 것이다. 초등학교에는 선택과목이, 초중고교 모두에 ‘진로연계학기’가, 고등학교에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된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교육 현장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이를 바라보는 진로 전문가의 생각은 어떨까? 20년 넘게 직업과 진로 정보를 연구해오고 있는 한상근 박사와 진로 교육의 현재와 미래, 앞으로의 직업 전망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한상근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진로교육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사진 박태양
한상근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진로교육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사진 박태양

한상근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진로교육연구본부 본부장 역임

<한국인의 직업의식과 직업윤리> 등 다수 보고서 집필월드>, <미래의 직업 세계>, <10살에 떠나는 미래 직업 대탐험> 등 직업 정보 책 집필

<진로와 직업> 교과서 집필교육부 진로체험기관 인증위원회 인증위원

진로 탐색과 설계, 선택이 아닌 필수

Q. 한국직업능력연구원과 국가진로교육연구본부는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요?

A. 1997년에 개원한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국책 연구기관으로 직업과 진로 정보에 관한 연구 사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2015년에 진로교육법이 시행되며 교육부로부터 국가진로교육센터로 지정됐고, 진로정보망 ‘커리어넷’ 운영을 비롯해 진로 상담 지원, 진로 교육 콘텐츠 개발, 생애진로개발 지원 등 다양한 진로·직업 관련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커리어넷에서는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전국 각 기관에 근무하는 188명의 진로상담위원이 매년 1만 건 이상의 진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지요. 온라인 진로심리 검사는 매년 200만 건 이상 이뤄지고 있고요.

Q. 요즘 청소년이 가장 많이 하는 진로 고민은 뭔가요?

A. 과거에는 ‘어떤 직업에 대해 궁금하다’와 같은 자기가 관심 있어 하는 직업에 대한 질문이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꿈을 찾기가 어렵다’고 하는 자기 탐구, 자아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질문이 많습니다. 이렇게 많은 청소년이 자아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는데요, 아마도 성적순으로 한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우리나라 교육 환경과 입시 위주의 교육 제도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뭘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고민하고 탐구할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청소년에게 진로 정보를 알리는 데 있어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미래에 산업이 어떻게 변화할지 전망을 파악해서 알맞은 진로를 제시하는 연구를 하는 것이 우리의 주된 업무예요. 앞으로의 산업 전망을 분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장기간 지속되는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세상의 흐름이나 변화를 트렌드라고 하는데, 이것을 잘 분석하면 지금의 산업이 어떻게 변할지, 어떤 새로운 산업이 생겨날지 예측하고 미래를 준비해나갈 수 있죠. 그런데 문제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어떤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트렌드인지, 일시적으로 유행하고 사라지는 ‘패드(Fad)’인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도 일시적 유행 현상만 보고 장기적인 전망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자칫하면 잘못된 정보가 양산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해요. 기술의 변화가 갈수록 빨라지고, 다양한 이슈가 동시에 발생하는 등 트렌드 분석이 어려워지고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미래 핵심 분야인 4차 산업 직종은 어려운 전문 용어가 많아서 이러한 전문 지식과 정보를 청소년이 이해하기 쉽게 해석해 전달하는 데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Q. 진로 교육 프로그램과 기관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진로 탐색을 어려워하고 꿈을 찾기 어렵다는 청소년이 많습니다.

A. 입시 중심의 학교 교육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필요하긴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교과목을 배우고 교육 과정을 거치다 보니, 자신만의 적성을 깊이 탐구하는 경험과 기회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접하고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청소년의 진로 탐구 활동이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학교를 비롯한 정부, 기관, 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사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제공
청소년의 진로 탐구 활동이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학교를 비롯한 정부, 기관, 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사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제공

Q. 중학교 자유학기제, 고교학점제 등 정부와 교육계에서 직접 나서서 진로 교육을 시행하는 제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목표와 적성을 고려해 진학과 진로를 설정하도록 하는 교육 제도인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우리나라에서는 10년 전부터 교육계에서 진로 교육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가 진로 전담 교사와 진로 선택 교과목이 학교마다 생겼고, 진로교육법이 제정되기도 했죠. 2016년에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 것도 큰 특징이고요. 체험 활동이 중심이 되는 자유학기제는 학업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적 의견이 일부 있기도 하지만,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진로 탐색이 활발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좀 더 보완해야 할 것이 있다면,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의 체험, 그리고 새로운 첨단 분야 등 보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현장을 넓혀가야 합니다.

Q. 2025년에 전체 고등학교에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는 어떻게 보시나요?

A.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을 주는 고교학점제는 각자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졸업 학점을 이수하는 건데요. 처음엔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서 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추어 교육 과정을 짤 수 있을지 의문이었죠.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비대면 교육이 확장되면서 다양한 분야의 선생님을 온라인에서라도 만날 수 있다면 교육의 폭이 훨씬 넓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개별 학교에서 새로운 교과 구성이 어렵다면 권역별로 교과를 개설해 학교 간에 연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학생의 학습 선택권을 넓히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Q.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배울 과목을 직접 선택한다면 진로를 빨리 정할수록 고교학점제의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아무래도 중학생 시기의 진로 탐구가 더욱 중요해지겠네요.

A. 고교학점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 교과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기에 진로 계획이 명확할수록 유리하겠죠. 진학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적은 중학교 시기는 진로 탐색과 설계를 하기에 좋은 시기입니다. 학부모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죠. 적극적으로 진로 정보를 알아보고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Q. 학교의 진로 교육이 강화되면서 일부에서는 학업과 진학 지도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A. 오히려 진로 교육이 학습 성과를 높이는 긍정적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학습부진 학생들에게는 진로 탐구가 학습 욕구를 높이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죠. 자기가 하고 싶고 관심이 생긴 분야가 있으면 그것이 되기 위해서 어떤 것을 준비하고 공부해야 하는지 저절로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것이 공부로 이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고요.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이 점을 잘 활용했으면 합니다.

불확실성 큰 미래, 진로 탄력성을 키워야

Q. 학교마다, 지역마다 진로 교육 여건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이 점을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학교장과 지역 교육감의 관심 정도에 따라 진로 교육의 적극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요. 그래서 중앙정부가 지역 간 격차 없이 진로 교육이 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영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지역마다 자기 마을의 아이들은 마을이 키운다는 책임의식이 있어요. 그래서 지역에서 아이들의 진로 설계를 직접 돕습니다. 특히 일본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기업이 속한 지역의 아이들에게 진로 체험 기회를 열어줍니다. 이런 사례처럼 우리나라 기업도 아이들의 진로 교육에 지원하는 것이 곧 우리 미래에 대한 투자로 여겨 진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적극 나서주었으면 좋겠습니다.

Q. 학교 밖의 진로 지원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들은 진로 교육을 접하기가 더 어려울 테니까요.

A.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정보망으로 ‘꿈드림’이 있는데요. 아직은 취약 청소년의 진로 지도 지원과 제도에 관한 정보가 충분히 개발되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보호시설, 소년원, 다문화가정, 탈북민, 장애인 등 취약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진로 지원이 확충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진로 교육이 가장 필요한 집단이 취약계층임에도 현재 이들에게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려면 취약계층을 보듬고 이들과 함께하려는 마음과 실천이 있어야 합니다. 진로 교육도 마찬가지고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진행한 청소년 대상 진로 체험 프로그램.사진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이다.사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제공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진행한 청소년 대상 진로 체험 프로그램.사진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이다.사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제공

Q.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어 이제는 한 사람이 여러 직업을 가지며 살아가야 하고, 그만큼 평생 진로 교육이 필요하겠지요?

A.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는 새로운 시대는 불확실성이 큽니다. 누구도 미래의 사회 질서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가 없기에 불확실성 시대를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환경 변화에 융통성 있게 대처하려면 ‘진로 탄력성’을 키워야 하는데요. 주변 여건과 환경에 위기나 어려움이 닥치면 자신이 세운 진로 목표를 상황에 맞게 다시 수정해 추구하는 능력이 진로 탄력성입니다. 변화가 끊임없이 이뤄지는 미래 사회에서는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큰 경쟁력이 될 거예요. 이러한 진로 탄력성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진로교육법을 개정하여 진로 교육 대상을 확장해야 합니다. 지금은 초중고 학생과 대학생까지만 진로교육법을 적용하고 있어요. 평생 교육이 필요해지는 앞으로는 중년, 노년층에게도 생애주기별 진로 교육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진로교육법의 대상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Q. 다양한 스마트 기기와 가상현실, 메타버스, 홀로그램 등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고 복합적인 환경 변화로 직업의 미래를 예상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A. 정보화 시대로 전환되면서 지금까지는 디지털기기를 잘 사용하는 사람이 유리했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대부분의 산업이 인공지능(AI) 중심으로 바뀔 거예요. 지금 흔히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기기들이 이미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이뤄지고 있듯이 앞으로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될 거예요. 따라서 현재 디지털 격차가 생기는 것처럼 머지않은 미래에는 AI 격차가 생길 것이고, 이를 줄여나가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겁니다. 또한 4차 산업의 핵심 학문인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의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 분야를 공부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컴퓨터나 휴대전화도 모두 시스템 기술을 전문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지만, 기기를 다룰 줄은 알지요. 이렇듯 미래 중심 산업과 핵심 기술을 다루는 데 있어 이공계 분야가 좀 더 유리할 수밖에 없지만 철학, 인문학, 사회과학 등의 문과 전공자도 STEM 분야의 기본 지식을 이해하고 이를 다양한 산업에 접목하는 역량을 키워야 미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우리나라 진로 교육이 어떻게 변화해가길 바라시나요?

A. 진로 교육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인 10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많은 시도와 발전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간 자유학기제 실시, 진로교육법 제정, 진로전담교사제 배치 등 교육계에서 두드러진 발전이 있었죠. 앞으로는 진로 교육이 좀 더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진로와 직업’의 한 특정 교과목에서, 진로 교사 한 명이 진로 교육을 맡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과에서 진로 교육이 통합적으로 이뤄졌으면 합니다. 진로 교육은 국·영·수와 같은 주요 교과와 긴밀하게 연계할 때 보다 효과가 크고 의미가 있습니다. 선진국의 진로 교육이 이미 이렇게 이뤄지고 있지요. 우리나라 교육도 입시 중심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이 더 폭넓게 진로 탐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학교 안팎에 갖춰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교육계, 기업 등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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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로 정보 탐색

교육부 진로정보망 ‘커리어넷’ www.career.go.kr

고용노동부 ‘워크넷’ www.work.go.kr

진로 체험 안내 ‘꿈길’ www.ggoomgi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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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진로 멘토링 프로그램 ‘원격영상 진로멘토링’ mentoring.career.go.kr

● 진로 고민 상담

교육부 진로정보망 ‘커리어넷’ www.career.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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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 www.cyber1388.kr

● 참고 자료

<미래직업 가이드북>: 커리어넷 → 직업 정보 → 미래 직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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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진 MODU매거진 기자 ksj@modu1318.com

글 강서진 · 사진 박태양,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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