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변희수 하사 전역처분 취소 소송 첫 재판이 열린 지난 15일 오전 ‘변희수 공대위’와 변호인들이 대전지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재판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종철 선임기자
고 변희수 하사 전역처분 취소 소송 첫 재판이 열린 지난 15일 오전 ‘변희수 공대위’와 변호인들이 대전지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재판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종철 선임기자

“성별을 적으세요.”

“네?”

“이 칸에 남 또는 여로 적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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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석에 남녀를 따로 앉히려고 하나? 설마? 재판 방청권을 주는데 왜 성별이 필요하지? 등등 몇가지 질문이 머릿속에서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방청권을 받는 게 먼저여서 요구하는 대로 성별을 적었다. 방청권을 얻지 못한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뒤로한 채 들어간 원격 재판정(띄워 앉기를 해서 절반은 옆 재판정에서 중계방송 시청)에는 당연히 남녀구분석이 없었다.

지정된 자리에 앉은 뒤 마음속에서는 하고픈 질문이 계속 올라왔다. 남과 여뿐 아니라 트랜스젠더, 간성, 양성, 무성 등 사람의 성이 얼마나 다양한데 왜 아직도 남, 여 두가지로만 구분하지? 필요한 정보도 아닌데 왜 굳이 성별을 확인하려 하지? 더구나 이 재판은 우리 사회의 고정되고 차별적인 성 정체성 관념에 맞서 싸우다가 스러진 고 변희수 하사가 제기한 게 아닌가. 법원 직원들은 하던 대로 방청인 명부를 작성했겠지만, 성 정체성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 깔려 있는 숨은 장벽을 보는 듯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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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하사의 전역처분 취소 소송은 대전지방법원 행정2부(재판장 오영표 부장판사)가 변 하사 가족들의 재판 수계 요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지난 15일 오전 대전지법에서 열렸다.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듯 방청객들과 취재기자들로 북적였다. “희수의 뜻을 잇겠다”고 결심한 변 하사의 부모도 참석했다.

첫 재판은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와 성전환 수술이 심신장애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 몇가지 쟁점만 확인하고 끝났지만, 이날 재판정의 모습은 ‘변희수의 투쟁’이 단지 강제전역 조처를 둘러싼 법리적 다툼에 그치지 않고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한 중대한 사회적 싸움이라는 점을 잘 보여줬다. 육군본부를 대리한 군법무관의 법정 발언이나 준비서면은 군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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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법정 발언에서 “변 하사에게 애도한다”면서도 남성 성기를 떼어낸 군인의 강제전역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계속했다. 앞서 낸 준비서면에서는 “한 개인의 인권만을 위해 그 외 다수 인원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 또한 국가의 안전보장을 최우선시하면서 최상의 전투력 발휘를 위해 구성원 전체의 사기를 강력하게 유지하여 군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는 군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그 존립 목적과도 맞지 않다고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원고의 행복추구권만을 고려해 다른 이들의 행복추구권을 간과할 수는 없다”고도 말했다.

이는 성전환한 변 하사의 인권과 다른 군인들의 인권을 대립적인 것으로 여기고 차별을 부추기는 반인권적인 발상이다. 퀴어축제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싫어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안철수 전 의원)는 말과 똑같다.

군은 이런 발언이 혐오세력에게 소수자를 차별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주는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듯하다. 소수자 인권 보호는 다수자들과의 비중을 따져서 해도 되고 말아도 되는 사안이 아니라 그 자체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 단독적 가치다. 육군본부는 또 “타 부대 전입을 가더라도 다른 부대원들이 원고(변 하사)가 성전환 수술을 한 사실을 알게 되어 융합하기 어렵고,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점에 비춰 부대원과의 융합 측면 등을 고려 시 군에서의 활용성과 필요성 부분에 있어서도 현역 복무가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전역처분은 오히려 원고의 병역의무를 면하게 해준 처분”이라고도 강변했다. 성전환자는 호기심의 대상일 거라는 생각도 낡았지만, 군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변 하사의 소속 부대원들과 간부들은 그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했으며, 자대 복귀를 기대했다.

미국과 독일, 이스라엘 등 20여개국에서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군은 “유엔 회원국이 193개국인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다수의 국가에서 성전환자에 대한 군복무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몰가치적이고 퇴행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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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이처럼 무데뽀적으로 차별과 편견의 성을 쌓고 있지만, 변희수는 지난해 초 강제전역 당할 때와 달리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이날 서울에서만 20여명의 시민들이 ‘변희수 하사 복직소송 시민방청단’을 구성해 전세버스로 대전을 오갔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활동가는 “소수자들이 자신의 시민권을 인정받기 위해서 싸워야 하는 전근대적인 현실이 안타깝다”며 “변 하사의 용기가 결실을 맺는 것을 목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랜스젠더 활동가인 박에디씨도 “변 하사가 당한 일이 부당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으며, 시민방청단의 일원이었던 임유경씨는 “변 하사의 싸움을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참가했다”고 밝혔다. 변희수가 일으킨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김종철 토요판팀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