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만 셋인 집에서 첫째딸로 태어나 여중·여고·여대를 다녔어요. 연극으로 사회 첫 경험을 했는데, 가부장제 공기에 질식할 듯 충격이었죠. 사소한 성희롱부터 허드렛일은 당연 여자들 몫이었으니까. 단지 여자란 이유로 남자들과 전혀 동등하지 않았어요. 남자들은 알지도 못하겠지만, 여자들에겐 임금차별, 가사양육 전담, 성적 대상, 돌봄 의무 등등 절망스러운 현실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여성재단의 운동에 힘을 보탤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개념 연예인’ ‘소셜테이너’로 알려진 배우 김여진(45)씨가 한국여성재단의 홍보대사로 동참한 이유다. 지난 3일 홍보대사 위촉장을 받은 그는 29일 열리는 ‘100인 기부릴레이 2017 발대식’에 보내는 영상 메시지로 활동을 시작한다. 여성재단(이혜경 이사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마포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발대식에 이어 방송인 김미화(재단 홍보대사)씨의 사회로 희망나눔 토크콘서트를 연다.
마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독문과 시절 학생운동에도 참여했던 김씨는 남성 우위 행태의 불편함으로 운동권에서 벗어난 4학년 때 우연히 대학로에서 연극 한편을 보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연극 무대의 첫 주연작인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여성운동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다. 영화 데뷔작 <처녀들의 저녁식사>로 1998년 청룡영화상과 춘사대상영화제에서 신인상을 받은 그는 개성 있는 조연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블로그 이름 ‘무조건 행복’처럼 “연기도, 사회적 발언도, 자원봉사 활동도 모두 행복해지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그는 “여성들이 행복해지고, 더불어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새달 1일부터 시작하는 100인 기부릴레이는 올해 15회째로 시민모금가 100인의 이끔이가 선두로 나서 한 달 동안 후원자와 기업기부 약정을 추천받는 독특한 캠페인이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희망나눔 토크쇼도 시리즈로 이어진다. 새달 6일과 19일 창비서교빌딩에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과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각각 ‘길에서 찾은 희망’과 ‘공감시대 호모 심비우스’ 주제로 강연을 한다. 100인 기부릴레이는 특별누리집(womenfund.or.kr/relay)에서, 토쿄쇼는 재단 누리집(womenfund.or.kr)에서 신청하면 된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한국여성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