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꼭지는 27일 모금액이 5100만원에 이른다.
소송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꼭지는 27일 모금액이 5100만원에 이른다.

포털 <다음>의 ‘뉴스펀딩 서비스’가 언론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제껏 기존 매체가 생산한 기사를 단순히 소비하는 데 머물던 것에 견줘, 수용자가 원하는 기사를 사전에 ‘주문’하는 새로운 뉴스 생산 방식이 등장한 것이다. 지난달 시작된 뉴스펀딩은 이용자가 기사(콘텐츠) 제작을 요청하면 다음 쪽에서 해당 기자 및 언론사와 조율해 기사를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후원자’는 기사가 나온 뒤 기여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거나, 해당 기자의 오프라인 강연 초대 등으로 보상을 받게 된다. 미디어 수용자가 생산자의 구실도 하는 셈이다.

현재 진행되는 1차 서비스에선 △‘한국은 왜 피케티에 열광하나’ △‘명문대 보내려면 중2병부터 고쳐라’ △‘야구로 먹고 사는 꿈’ △‘당신 소송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등의 주제가 선정됐다. 이름이 비교적 알려진 <시사인> 주진우 기자,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 등이 기사 생산에 참여했다. 서비스 시작 하루만에 모금액이 1200만 원이 넘어섰고, 27일 현재 주 기자의 ‘당신, 소송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프로젝트는 모금액이 5000만원을 넘긴 상태다.

이 서비스는 뉴스 생산에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또는 ‘소셜 펀딩’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정보통신(IT) 기업이나 영화 제작 등에선 많이 사용되어 왔다. 국내에서 뉴스 생산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선 앤드루 설리번 같은 블로그 기반의 ‘스타 기자’들이 이 방식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안착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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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석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해 소극적인 제보를 해야했던 독자들의 입장에선 직접 뉴스를 주문할 수 있게 된 혁명적 변화”라며 “언론사 입장에선 광고주 등 자본의 입김에서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는 결이 다른 반응도 있다. 뉴스 유통의 슈퍼 갑인 포털이 콘텐츠 생산까지 입김을 발휘하는 데 대한 우려이다. 실제 외형적으로는 대중참여 방식이지만, 일부 프로젝트 선정에 다음 쪽이 깊숙히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 펀딩 서비스에 참여하는 한 언론 관계자는 “다음 쪽에서 먼저 주제를 제안했다. 우리도 당장 돈이 급하기 때문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다음 쪽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본연의 업무가 힘들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강정수 오픈넷 이사는 “기자 개인이 크라우드 펀딩을 주도한 외국과 달리 한국선 대형 포털이 이 방식을 도입해 소규모 대안 언론사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재정 조달의 통로마저 끊어질 수 있다. 언론사가 직접 나서서 서비스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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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이 주도한 뉴스 펀딩 성공에 대해, 기성 언론이 미디어로써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나온다. 기존 언론사들이 젊은 층을 포함해 뉴스 수용자들이 원하고 있는 기사를 생산하지 못한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공급자 위주 보도 관행의 결과라는 말이다. 또 언론사가 앞장서 도입했어야 할 서비스를 포털이 먼저 선수를 쳤다는 진단도 있다.

황 교수도 “몇 년 전부터 언론학계에서 언론사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뉴스 생산에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이번에 언론사들이 기회를 놓친 측면이 있다. 포털 비난에 열중할 것이 아니라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뉴스 유료화 문제와 이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 뉴스 유통은 결제는 고사하고 먼저 로그인을 하고 들어오게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며 “크라우드 펀딩이 수익은 크지 않지만, 전체적인 콘텐츠 유료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