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국내 유일의 시청자 참여 전문채널인 <시민방송>(RTV)에 대한 기금 지원을 간접 방식으로 바꿈에 따라 시민방송 등으로 대표되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에게 방송 접근권을 준다는 뜻에서 시작된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은 1960년대 중반 캐나다에서 시작돼 미국과 유럽 등에서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라는 이름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제정된 통합방송법에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의무편성 및 방송발전기금 지원 규정을 명시했다. 즉 <한국방송>은 월 100분 이상,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시청자가 요구할 경우 해당 지역 채널을 통해, 위성방송사업자(스카이라이프)는 공공채널(국회방송·KTV·OUN)을 통해 방송하도록 한 것이다.
스카이라이프는 법대로라면 공공채널을 통해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을 내보내야 했지만, 대신 국내 유일의 시청자 참여 전문채널로, 공공성을 띤 시민방송에 운영을 위탁해 왔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가 지난 8월, 내년부터 스카이라이프가 모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상대로 공모를 통해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을 방송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방통위 관계자는 “스카이라이프가 해마다 시민방송에 편성을 위탁해 기금 지원의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며 “그러나 법에 명시된 공공채널은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성격에 맞지 않아 공모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방통위의 결정은 법도 어겼지만 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상훈 전북대 교수는 “방송법에 공공채널을 통해 방송하라고 명시한 것은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의 공익적 성격에 주목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상업방송사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제는 이런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공모제가 “현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는” 시민방송을 배제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위성방송사업자의 판단 여하에 따라, 국내 유일의 시청자 참여 전문채널이 고사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시민방송의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인 ‘나는 장애인이다’ 제작자인 정은주 ‘장애인 문화공간’ 활동가는 “위성방송사업자가 직접 운영하기 어렵다면 방통위가 적극적인 의지로 법 개정을 추진해 전문적인 경험과 역량이 있는 시청자 참여 전문 채널에 합법적으로 운영을 위탁하는 게 합리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시청자의 방송참여 활성화와 관련해 다음주 최종 확정될 2009년 공익채널 선정 결과도 주목된다. 공익채널에 선정되면 케이블 의무전송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청률 경쟁에서 벗어나 공익적인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내보낼 수 있다. 방통위는 선정위원회를 열어 ‘시청자 참여, 사회적 소수 이익 대변’ 등 6개 분야에서 각각 2개씩 모두 12개의 공익채널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상훈 교수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시청자의 방송접근권은 시민의 기본권으로 시청자 참여 채널은 공적 지원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