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에서 심야근무를 하다 과로사한 고 장덕준씨의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근로복지공단(공단)은 장씨의 유족이 낸 산재 신청에 대해 대구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산재로 전날 인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산재 신청 이후 약 3개월 만에 나온 판정이다. 공단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업무부담과 업무시간이 고인의 사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산재 인정 이유를 설명했다.

2019년 6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일 단위로 계약하며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 장씨는 지난해 10월12일 새벽 퇴근 뒤 숨졌다. 당시 27살이던 장씨는 물류센터에서 오후 7시부터 하루 8~9.5시간 동안 밤을 새우는 ‘심야노동’을 했다. 그는 근무 기간 몸무게가 15㎏이나 줄기도 했다. 유족들은 정규직(무기계약직)이 되기 위해 일하던 장씨가 쿠팡의 ‘시간당 생산량’(UPH) 시스템 등 강도 높은 노동으로 인해 과로사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의 주장을 두고 “장씨가 살인적인 근무에 시달렸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시간당 생산량 시스템도 고인의 업무(포장지원·워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던 쿠팡은 공단의 산재 인정 판정이 나온 이후에야 사과문을 냈다. 이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노트먼 조셉 네이든 대표는 입장문을 내어 “고 장덕준님에 대해 다시 한 번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유가족분들에 대한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든 대표는 이어 “현재 회사가 준비 중인 개선 방안과 이번 공단 판정 결과를 종합해 근로자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희종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 집행위원은 “쿠팡에서 산재 판정이 나기 전까지는 (장씨의) 과로사를 인정하지 않았고 도의적인 책임도 다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