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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노동

정부안보다 후퇴한 중대재해법 처벌수위…“납득이 안 된다”

등록 :2021-01-06 15:39수정 :2021-01-06 15:53

노동계와 시민사회·산재유족 등 반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농성자들이 2일 국회 정문 앞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2021년 맞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및 소원 나눔 행사’에서 산재 사고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며 소원 쪽지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소원탑’에 붙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농성자들이 2일 국회 정문 앞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2021년 맞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및 소원 나눔 행사’에서 산재 사고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며 소원 쪽지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소원탑’에 붙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국회 법안 논의 과정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처벌수위가 기존에 제시된 발의안에 더해 비판을 샀던 정부안보다 더 후퇴한 것을 두고 노동계와 시민사회, 산업재해 유족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6일 국회와 노동계 말을 종합하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중대산재로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기업 책임자에 대한 처벌수위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여야가 잠정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이상 징역 또는 5천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이던 정부안보다 후퇴한 것이다. 더 높은 수위의 처벌을 규정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강은미 정의당 의원안에 견줘서는 대폭 완화됐다. 여야는 또한 노동자가 사망했을 경우 법인에 ‘50억원 이하 벌금’, 노동자가 부상하거나 질병을 얻은 경우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잠정 합의했다. 정부안과 박주민·강은미 안과 달리 벌금 하한선을 없앰으로써 양벌 조항을 낮췄다. 또한 손해배상액도 ‘최대 5배’로 한정했다.

우선 여야 잠정 합의 조항에서 기업 책임자에 대한 징역형의 하한이 1년으로 낮아진 것을 두고 재판에서 실효성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영국 변호사는 징역형을 두고 “상해치사죄, 민식이법 등에서 하한형을 3년으로 둬도 법관의 재량인 ‘작량감경’을 통해 더 낮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중대재해법에서 하한형을 1년으로 낮추는 것은 대단히 소극적인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법인·사업주에 대한 벌금형의 하한이 없어진 점도 마찬가지다. 권 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때 벌금형 상한을 올렸음에도 (선고되는) 벌금형은 몇백만원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벌금형에서 하한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법으로 산재 사망자를 제대로 구제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국회 앞에서 온전한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산업재해 유족들도 국회의 결정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날로 국회 본청 앞에서 27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씨는 “기업 책임자의 징역형 하한형을 높였어야 했다. 이렇게 해놔도 사법부에서 형량을 낮게 판결하는데, 안타깝다”며 “경영자가 책임을 지는 처벌 조항도 최고경영자가 빠져나가고 안전이사가 처벌받는 쪽으로 결정될 듯해서 걱정이다. 이런 조항들은 나중에 개정하더라도 집어넣기가 만만치 않으니까 빠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국회 정문 앞에서 10일째 단식농성 중인 고 김재순씨 아버지 김선양씨는 “벌금형 하한을 없애면 있으나 마나한 법이 된다. 노동자가 또 그렇게 죽어야 한다는 것인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논의할수록 후퇴되는 정부와 국회의 법안에 분노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가 하한형 도입을 주장한 것은, 검찰과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었다. 처벌의 상한선이 높아 봤자, 노동자 사망 사업장에 500만원 미만의 벌금이 부과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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