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분향소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9년 만에 이뤄진 쌍용차 해고자 복직 합의를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함께 투쟁해온 노동자와 종교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이 서로 부둥켜안으며 울거나 웃었다. “길고 긴 밤을 지나 오늘 이 자리에 왔다”는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도 모인 사람을 한명씩 끌어안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H6s▶?관련기사 5면♣?]

쌍용차 노사(쌍용차 노동조합,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사쪽)는 이날 오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고노동자 전원 복직에 13일 합의했다고 밝혔다. 복직 대상자는 모두 119명이다. 이번 합의에는 홍봉석 쌍용차 노조위원장과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최종식 쌍용차 사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사실 쌍용차 해고자 복직에 관한 합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사는 2015년에도 해고자의 단계적 복직에 합의한 바 있다. 이번 합의는, 복직 시점을 못박지 않아 용두사미가 된 그때와 달리 구체적인 ‘복직 절차와 시기’를 포함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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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번 해고자 복직 합의서를 보면, 회사는 올해 말까지 복직 대상자 119명 가운데 60%를, 내년 상반기까지는 나머지 전원을 복직시키기로 했다. 또 내년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까지는 복직 대상자에 대한 부서배치도 매듭짓는다는 것이 노사 합의다. 김 지부장은 “노동자의 계속된 죽음을 멈추려면 구체적인 복직 날짜 합의가 필요했다”고 합의 배경을 밝혔다.

그 대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이날부터 정리해고와 관련한 집회와 농성을 중단한다. 시설물과 펼침막을 철거하고 정리해고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 제기도 멈추기로 했다. 이번 교섭을 주선한 경제사회노동위는 ‘쌍용자동차 상생발전위원회’를 꾸리는 등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해고자 복직으로 인한 회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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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전원 복직 합의를 얻어낸 쌍용차 해고자는 비로소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해고자 곽상원(44)씨는 “그동안 먼저 복직하는 동료들을 바라보면서 정말 심정이 비참하고 굴욕적이었다. 복직되면 심적·경제적 여유도 생기고 가정이 화목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리해고 뒤 건설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서진철(47)씨는 “이 투쟁이 9년 넘게 걸릴 걸 미리 알았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제 가장 노릇도 하고 가족들 데리고 화끈하게 여행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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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사 합의에 대해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지난 9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매순간 쌍용차 해고자 문제를 알리기 위한 고민으로 살았다. 최고의 합의는 아니지만 저희의 지난날에 대한 최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쌍용차 해고자의 전원 복직을 요구하며 4번의 단식농성을 치렀고, 지난해에는 쌍용차의 대주주 마힌드라그룹이 있는 인도로 53일간 원정 투쟁을 다녀오기도 했다.

김 지부장은 복직 기자회견을 마친 뒤 쌍용차지부 관계자들과 함께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찾아 2009년 정리해고 사태 이후 목숨을 잃은 해고자와 가족 30명의 영정 앞에 합의서를 바쳤다. 전원 복직 합의서를 손에 쥐고서도 밝게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9년의 투쟁’이 남긴 상처는 아직 충분히 아물지 않았다.

김선동 쌍용차지부 조직실장은 “김주중 동지의 생명과 이번 합의를 맞바꾼 거 아닌가 싶어서 미안함이 든다. 김 동지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고 남은 과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쌍용차 해고자 김주중씨는 오랜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지난 6월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른번째 ‘쌍용차 희생자’가 된 것이다.

쌍용차지부는 이번 합의를 가리켜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한다. 2009년 8월 쌍용차 파업 강제진압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쌍용차지부가 요구하는 국가의 공식 사과도 아직이다. 아울러 경찰이 진압 당시 헬기가 훼손됐다며 쌍용차지부 쪽에 걸었던 16억원의 손해배상청구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쌍용차지부도 합의에 따라 정리해고와 관련한 농성은 마무리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았다며 대한문 분향소 해체를 뒤로 미루기로 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