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공공비정규노조) 페이스북에 한장의 사진이 게재됐다. 공공비정규노조원들이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에서 ‘삼천배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었다. 공공비정규노조는 최근 관리자들의 비인격적 대우가 널리 알려지며 관심을 끈 김포공항 청소노동자(▶관련 기사 : 30년 넘게 일해도 ‘최저임금’…‘공항 마피아’가 추행·폭언도)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함께하고 있는 단체다.

공공비정규노조는 사진을 올린 뒤 “노동부나 법원이 아니라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에 참가한 대의원들에게 (삼천배 시위를) 하고 있다”며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민주일반연맹에서 제명된 지 3년 동안 연맹 복귀를 위해 노력했지만 이뤄지지 않아 마지막으로 대의원들에게 이렇게 절을 올리고 있다. 민주노총에 가입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에 가입을 원하는데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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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2013년 제명되기 전까지, 공공비정규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민주일반연맹’ 소속이었다. 민주노총은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모두 16곳의 산업별 연맹노조(‘산별노조’) 체계로 꾸려져 있고,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면 민주노총 중앙이 아니라 산별노조에 가입을 신청하고 조합원으로 승인을 받는 형태다.

이 가운데 민주일반연맹은 산업별로 뚜렷한 구별이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역별로 조직된 연맹이다. 예를 들면, 민주일반연맹에 소속된 부산지역일반노조 내에는 마을버스, 유선방송, 청소업체 등 업종이 다른 30여개 사업장 노동자 500여명이 가입해 지자체와 고용 협상을 벌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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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비정규노조가 기존 민주일반연맹에서 제명당한 것은 개별 노조원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민주일반연맹 산하 지역노조들과 갈등을 빚은 까닭이다. 노윤조 공공비정규노조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저희 같은 경우 직종별로 가입신청을 받으면서 전국 단위로 적극적인 조직(조합원 모집)을 하다 보니, 이미 (다른) 지역 노조가 있는데도 (저희 조직에) 들어가는 경우가 생기면서 감정적인 갈등까지 겹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지역별로 아픈 사람들을 찾아가는 ‘방문간호사’의 경우 기존에는 지자체에 소속된 무기계약직으로 지역노조에 가입해 있었다. 하지만 공공비정규노조가 비정규 간호 직종에 맞춰 조직을 꾸려 나가면서 지역노조가 있는 지역에서도 방문간호사 조합원이 가입하는 경우가 생겼고, 기존의 지역노조와 함께 지역 내 복수노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민주일반연맹 대의원회의에서는 공공비정규노조 제명 찬성 의견이 8대 2의 비율로 통과됐다.

민주일반연맹 쪽은 여전히 “기존에 제명한 사유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며 재가입 승인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민주일반연맹 산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전국민주연합노조’의 김인수 정책국장은 “저희 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비슷한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발생했다. 또 제명된 뒤에도 민주노총 이름을 달고 활동하며 조직원을 늘려 갔다”고 말했다. 공공비정규노조는 민주노총 제명 당시 2500명에서 현재 8000여명 수준으로 조합원이 세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민주일반연맹의 조합원 수는 5000여명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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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에서도 난감해 하고 있다. 현재 규정상으로는 관련이 있는 산별노조를 통해 가입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민주일반연맹의 경우 재가입 승인에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민주일반연맹 외에 공공비정규노조와 관련됐다고 할 수 있어 가입을 노려볼 수 있는 산별노조라면 서비스직종노동자가 소속된 ‘민간서비스연맹’이나 공공기관 운수노동자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소속된 ‘공공운수노조’ 정도다. 하지만 덩치가 커진 공공비정규노조를 쉽게 받아줄 수 있는 산별노조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산별노조 가입은 민주노총 중앙에서 의결을 거치거나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장에서 지역지부와 조직 갈등 문제를 빚었던 노조이기 때문에 내부 반발이 있어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조직갈등 뿐 아니라 기존의 산별연맹 체계로는 비정규직 노동을 담아낼 수 없다는 근본적인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도 지역 비정규직노조와 업종별 비정규직노조 간 소속을 어디로 할 것인지를 두고 비슷한 갈등은 계속해서 발생할 여지가 크다. 현재 수감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당선 전 정견을 통해 “현재의 산별 체계가 조직갈등 문제를 푸는 데 한계가 있으며 16개 산별 유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4대 산별로 가야 한다”며 산별노조 재편 및 통합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