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가운데)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가운데)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복직을 위한 극한 투쟁을 이어온 지 6년여 만에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쌍용차는 30일 이사회를 열어 2009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를 떠나야 했던 해고자, 희망퇴직자, 유관업체 전직자(분사자)들의 단계적 복직을 뼈대로 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노동조합, 쌍용차 3자간 합의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 직후 노·노·사 대표자인 김득중 쌍용차지부장, 홍봉석 노동조합 위원장,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임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회사는 2017년 상반기까지 정리해고 및 징계해고 노동자 179명을 복직시키는 데 ‘노력’하며, 인력이 필요한 경우 ‘해고자 3, 희망퇴직자(분사자 포함) 3, 신규 채용 4’의 비율로 충원할 예정이다. 우선 내년 1월말까지 40명을 채용하기로 했는데 이에 따라 해고자 12명, 희망퇴직자 12명이 일터로 복귀한다. 신규 채용 16명 중에는 사내하청 해고 노동자 6명이 포함돼 있다. 쌍용차 사내하청 업체에서 2년 이상 일하다 2009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된 이들을 복직시키기로 한 것이다. 완성차 업체에서 사내하청 노동자가 원청업체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2년 이상 근무했다면 ‘불법파견’으로 원청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회사는 노조와 함께 복직 대기자와 구조조정 이후 숨진 노동자 유가족 지원에 쓰일 15억원대 기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복직 대상자가 회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을 취하할 경우, 회사는 쌍용차지부와 조합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및 가압류를 취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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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득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왼쪽)
김득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왼쪽)

노·노·사가 복직점검위원회를 구성해 복직 관련 사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정확히 언제쯤 모든 해고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티볼리 롱바디’ 출시나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등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 경우 채용을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은 “해고자 복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생산량이 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2017년 출시가 예정된 신차에 대한 마힌드라 그룹의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짚었다. 쌍용차는 소형 스포츠실용차(SUV) 티볼리 판매 호조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내수 8만8313대, 수출 4만1335대 등 총 12만9648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2% 증가한 수치이지만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평택공장에서 이익이 나려면 15만~16만대가량 생산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2000년대 초반 확보한 기술력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 마힌드라 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해야 스포츠실용차 전문 업체로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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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은 이날로 마무리됐으나, 이들이 거리에서 버틴 6년여의 시간 동안 우리 사회에 던진 과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당시 대주주였던 중국 상하이차 그룹의 ‘기술 먹튀’ 논란 이후 2009년 쌍용차는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다. 회사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그해 4월 전체 인력의 37%에 이르는 2646명의 정리해고안을 통보했고, 노조는 이에 반발해 평택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에 들어갔다. 공권력 투입 등을 통한 폭력적 진압 끝에 77일이 지나서야 옥쇄파업은 마무리됐다. 그 과정에서 1666명이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고 980명은 정리해고 됐다. 노·사는 정리해고 대상자 다수를 무급휴직·희망퇴직으로 전환했으나, 결국 165명은 정리해고됐다. 쌍용차의 인력 구조조정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병으로 숨진 이 회사 노동자와 가족은 28명에 이른다. 살아남은 이들의 몸과 마음도 피폐해졌다는 연구 결과도 이어졌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쌍용차 사태는 대기업 노동자들마저 한순간에 직장 바깥으로 나가면 어떤 처지에 놓이게 되는가를 보여줬다. 실업 위기에 놓인 이들을 위한 안전망을 기업과 지역사회, 국가가 다층적으로 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정 노현웅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