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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노동

세계 5위 자동차 회사에 ‘양말 좌판’ 들어선 까닭은

등록 :2014-01-19 19:36수정 :2014-01-2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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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배소송에 짓눌린 노동계
법원, 현대차 비정규 노조에 “90억 배상” 판결
즉각 항소 나섰지만 항소 인지대·송달료 4800만원
변호사비는 꿈도 못꿔…쌍용차·유성도 비슷한 처지
지난 15일 낮 울산 명촌동 현대차 공장 구내식당 입구 앞에 예닐곱명의 노동자들이 좌판을 벌였다. 이들은 국내 최대이자 세계 5위에 드는 자동차 회사의 구내에서 양말 3켤레와 보온 물통을 각각 1만원씩에 팔았다.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던 노동자들이 잡화 노점을 벌인 까닭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소송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울산지법은 2010년 공장점거 파업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지난달 19일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22명에게 “9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노조를 상대로 한 단일 손해배상 소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정규직화하라는 요구를 한 것인데, 이를 외면하는 회사에 돈까지 물어내라는 판결을 지회는 납득할 수 없었다.

즉각 항소에 나섰다. 하지만 돈이 필요했다. ‘민사소송 등 인지법’과 송달료 규칙은 손해배상 판결에 불복해 항소나 상고를 하려면 인지대(법원에 내는 수수료)와 송달료(법원에서 사건 관계인에게 각종 서류를 보내는 비용)를 내도록 한다. 그런데 이번처럼 소송가액이 큰 사건의 경우에는 그 비용도 무지막지하다. 지회는 항소를 제기하면서 인지대와 송달료로만 4800여만원을 냈다.

현재까지 현대차 쪽이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6건(230억원) 가운데 6건의 1심 판결에서 법원은 회사 쪽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인지대·송달료만 해도 모두 7350만원이 들었다. 이제까지는 십시일반 모아둔 기금을 썼다.

하지만 변호사 선임료는 언감생심이다. 항소심에서 이기리란 보장이 없기에 상고심 비용도 마련해야 한다. 비용이 무섭지만 그렇다고 소송을 포기하고 회사가 달라는 액수를 물어줄 돈도 없다. 일단 양말이라도 팔아야 한다. 노동자들이 ‘손해배상 소송 폭탄’에 이어 ‘2중고’를 겪는 배경이다.

천의봉 지회 법규부장은 “변호사 비용을 대는 건 꿈도 못 꾼다. 소송을 대리한 민주노총 법률원에만 현재 1억원가량 빚이 있다. 오죽하면 양말을 팔겠는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회는 회사가 건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모두 지면 항소심에 필요한 인지대와 송달료만 모두 1억3000여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대부분 회사가 손해배상 소송과 함께 제기한 재산·월급 가압류까지 당하는 상황이라 소송비용을 마련하기가 더욱 어렵다. 다른 회사의 노조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11월 회사와 경찰에 46억여원을 물어내라는 판결을 받은 쌍용차 노조도 항소하는 과정에서 2600여만원의 비용을 댔다. 이창근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실비 정도만 모금으로 감당하고 있지만, 이제 한계점에 다다른 거 같다”고 말했다.

20일로 홍종인 지회장이 22m 철탑농성에 들어간 지 100일을 맞는 유성기업의 경우도 지난해 법원에서 12억4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을 진행중인데, 변호사비 등 밀린 소송비용만 1억원에 이른다. 부산지법도 지난 17일 한진중공업 노조에 “정리해고 자체를 반대하기 위한 파업은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회사에 59억5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는 등 파업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조합비가 많이 쌓인 대규모 정규직 노조와 달리 모아놓은 기금이 거의 없는 비정규직 노조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사실상 노조를 없애란 소리나 다름없다. 회사가 노조 탄압을 위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만큼 노동계가 공동기금을 조성해 대응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평택 울산/홍용덕 신동명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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