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노동자 오닉(29·방글라데시)은 11일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9년 만의 귀향길이지만,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지난해 4월 단속반을 피해 달아나다 다친 다리에는 아직 철심이 박혀 있다. 당시 허벅지에서 떼내 붙인 살점은 왼쪽 발바닥에 혹처럼 불거져 있다. 오닉은 “이런 몸으로는 더 이상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고향에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스무살 때인 2000년, 형과 함께 한국에 들어와 줄곧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가구공단에서 일했다. 동료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고향에 돌아가 사업을 할 꿈을 일구며 살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공장에 들이닥친 출입국사무소 단속반을 피하려다 3층 건물에서 떨어졌다. 두 다리와 왼쪽 발목뼈가 부러졌다. 남양주 샬롬의 집 이종선 신부는 “오닉이 크게 다치자 당시 단속반원들이 수술비 500만원을 병원 쪽에 전달한 뒤 찾아오지 않았다”며 “남은 치료비 700여만원은 지원센터에서 모아 메웠다”고 말했다. 오닉은 고향에 돌아가면 다리에 박힌 철심을 빼내는 수술을 다시 받아야 한다. 열악한 의료시설과 수술비가 걱정이라는 그는 굳은 얼굴로 “그래도 한국 사람들에게 나쁜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불법체류자에 대한 강제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상점 주인 등 ‘단속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와 공익변호사모임 ‘공감’은 11일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경남 김해 상점 주인 등 불법단속 피해자 15명을 대리해 12일 국가배상청구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소장 제출에 앞서 운동협의회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법 절차 원칙을 지키지 않는 법무부의 불법 단속에 심각한 부상과 재산적·정신적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법무부는 헌법이 정하고 있는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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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난해 11월 경기 마석에서 토끼몰이식 단속 과정에서 1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다쳤으며, 지난해 12월 경남 김해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이용하는 상점과 쉼터의 출입문까지 부수며 단속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앨리아스(43·방글라데시)는 “마석에서 단속반을 피해 도망치다가 2층에서 떨어졌다. 아프다고 울면서 말했지만 출입국 사람들은 병원에 데려다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 사람을 끌고 나오거나 긴급보호서류 제시 등 절차를 지키지 않은 단속 행위는 불법이라는 법원의 판단을 구하기 위해 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단속 과정에 불법은 없었으며, 불법체류자 밀집 거주 지역에서 강력한 단속을 하는 것은 지역 주민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처”라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