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새벽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피를 흘리며 망루에서 끌려 내려오고 있다. 한국노총 제공.
지난달 31일 새벽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피를 흘리며 망루에서 끌려 내려오고 있다. 한국노총 제공.

“곤봉 든 경찰들이 올라올 때 두려웠는데 조금이라도 더 버텨보고 싶었습니다. 쟁의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하청노동자들이 400일 넘게 싸우고 있는 상황에 우리라도 있어야 하니까요. 정글도는 망루를 고정한 끈을 잘라서 나를 위험하게 만들면 진압이 지연되지 않을까 싶어서 가지고 갔는데 손이 안 뻗어졌어요. 밑에 있는 에어매트를 뚫으면 조금이라도 (진압 작전이) 지연되지 않을까 싶어 커터칼이나 니퍼를 던져봤지만 안 됐어요.”

전남 광양의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 농성장에서 지난 31일 경찰 곤봉에 맞아 피를 흘리며 끌려 내려온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찰 진압 당시 망루 상황을 전했다. 그는 머리를 세바늘 꿰매고 팔과 다리가 부은 채 병원에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나를 위험하게 만들어 진압을 늦춰보려’던 행동을 두고 경찰은 “정글도를 휘둘렀다”는 등 김 처장의 위협을 강조하는 자료를 냈다. 실제 동영상에서 김 처장은 경찰에 쇠파이프만 휘둘렀다. 그마저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그가 동참한 포스코 하청업체 포운 노동자들의 농성은 402일째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 하청노동자 농성장 폭력 진압을 비롯해 지난 25일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공동투쟁)의 저녁 문화제 강제 해산, 31일 건설노조 추모 문화제까지 노동자 집회에 대한 강경 진압이 이어지며, 경찰이 노정 갈등을 폭발시키는 핵심 기관으로 등장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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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에 이어 최저임금 근로자위원인 김 처장까지 폭력진압을 겪으며, 그나마 정부와 대화 물꼬를 트려던 한국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탈퇴까지 고민하고 있다. 한국노총의 불참으로 1일 예정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는 무산됐다. 한국노총은 산별 대표자 회의, 중앙집행위원회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주까지 경사노위 탈퇴를 포함해 사회적 대화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노동계에서 상대적으로 정부와의 대화에 열린 모습을 보여왔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인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의 폭행과 연행은 최저임금 심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임위 노동자위원들은 전날 성명을 내어 “앞으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비롯한 회의 파행의 책임은 정부와 경찰에게 있음을 똑똑히 인지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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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경찰의 강경 진압이 노동권이 제한적으로 보장되는 탓에 집회로 의사를 표현할 수밖에 없는 취약 노동자를 향한다는 점에 더 분노한다. 이날 공동투쟁은 “절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화제와 노숙 농성이 윤석열 대통령 말 한마디에 불법으로 뒤바뀌었다”며 국가와 윤희근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