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700명선까지 급증한 8일 오전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700명선까지 급증한 8일 오전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의약품청(EMA)이 일부 특이 혈전증을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발생하는 ‘매우 드문 부작용’(side effect)으로 인정하면서, 국내 백신 접종 계획이 난기류에 휩쓸리고 있다. 현시점에선 연령, 성별 등 특정 요소가 희귀 혈전증 가능성을 키운다는 근거도 뚜렷하지 않아 접종 제한 대상을 좁히기도 쉽지 않다. 정부는 전문가 논의를 거쳐 오는 11일 보류·연기했던 접종을 어떻게 재개할지 발표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 추진단은 8일 “국내외 동향과 이상반응 발생현황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혈전 전문가 자문단, 백신 전문가 자문단,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쳐 보류·연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유럽의약품청은 지난 7일(현지시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이익이 코로나19 위험을 상회하므로 접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재확인하면서도,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특이 혈전증은 백신 접종의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등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2일까지 유럽연합(EU) 의약품안전 데이터베이스에 보고된 영국 등 유럽지역 접종 사례 2500만건 가운데 62건의 뇌정맥동혈전증과 24건의 내장정맥혈전증 사례를 심층 검토한 결과다. 이 가운데 18명은 숨졌다. 이 발표 직전인 7일 저녁, 정부는 다음날 접종을 개시할 예정이었던 특수학교 종사자, 유치원·초중등 보건교사, 어린이집 간호인력, 장애인 시설 종사자 등 14만2202명에 대한 일정을 잠정 연기하고, 이미 접종을 진행 중이었던 대상자 중 60살 미만 3만8771명에 대한 일정도 중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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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정부는 백신과 희귀 혈전의 연관성이 확인됨에 따라 접종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지만 난감한 대목이 적지 않다. 유럽의약품청은 전날 발표에서 “(성별, 연령, 병력 등) 특별한 위험요인이 식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60살 미만 여성에게서 희귀 혈전증 발견 사례가 많기는 했지만, 실제로 연령이 위험 인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교수(예방의학)는 “(유럽과 영국에서) 60살 미만 여성에 발생률이 높은 것은, 이 집단의 접종량이 많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접종 연령 제한 등을 구체화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더욱이 백신 수급의 한계는 선택지를 더 좁힌다. 상반기에 국내에 도입되는 백신 1808만8천회분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067만4천회분(59%)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체 투입할 다른 백신을 구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화이자와 협상 화상회의를 준비 중”이라며 “세계적으로 백신 수요-공급의 불일치로 상당히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한 추가 물량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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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정부는 연령 구분을 하지 않고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재개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권덕철 장관도 “질병청이 검토를 한 뒤 접종 재개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뇌정맥동혈전증은 접종 100만건당 5건, 내장정맥혈전증은 1.5건으로 발생률이 극히 낮다는 점을 강조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특히 코로나19 감염 시 위험도가 높은 고령층 등 고위험군은 접종을 이어가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백신 안전에 관한 자문위원회(GACVS)의 코로나19 소위원회도 7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거의 2억 명의 사람 가운데 (희귀 혈전이) 보고된 수가 적고 평가 중인 사례가 매우 드물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는 코로나19 유행이 유럽 등에 견줘 심하지 않은 데다 감염 뒤 중증 위험도가 낮은 젊은층의 경우 접종의 이익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일단 정부는 희귀 혈전증에 대한 ‘사후 대응’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은희 추진단 접종후 관리반장은 “모니터링을 보완할 필요가 있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능동적으로 이상반응 감시를 강화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필요 시 1차 접종을 아스트라제네카로 한 인구에 대해 2차 접종을 할 때 백신을 바꾸는 방안이 현실적인지 국외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최하얀 김지훈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