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카페 등 주요 다중이용시설의 밤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처가 1월 말까지 유지되는 가운데, 대구시와 경주시가 슬그머니 이를 밤 11시 이후로 늦추려다가 방역당국 권고로 뒤늦게 철회했다.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자영업주 반발을 의식한 지방자치단체가 독자 행보에 나서려다 오락가락 행정으로 큰 혼선만 빚은 셈이다. 광주에서도 유흥업소들이 방역지침에 불복해 18일부터 영업 재개에 나서기로 해, 전국민의 협조가 필요한 방역수칙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현행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거리두기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식당·카페 등의 밤 9시 이후 영업 제한 등의 조처를 1월31일까지 연장한다고 16일 밝혔다. 17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핵심 방역수칙을 2주 더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날 대구시는 유흥업소(클럽·나이트·콜라텍 제외)를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가능 시간을 18일부터 밤 11시까지로 연장하는 ‘대구형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 주요 거리두기 내용을 특정 지역에서만 달리 적용하려면 사전에 협의해야 하지만, 대구시가 이를 어기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게 중대본 쪽 설명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내일(18일) 지자체 실무자들이 모이는 중대본 회의에서 대구시에 좀 더 주의를 주고 함께 노력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손 반장은 “지역에 따라 방역 수위가 달라지면 형평성 문제나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어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기로 했던 사안”이라며 “그런데도 사전 협의 없이 대구시가 (일부 시설 영업 2시간 연장 허용을) 발표해 상당히 많은 지자체에서 문제제기를 했다”고 전했다. 결국 대구시는 이날 중대본 브리핑이 끝난 뒤 뒤늦게 전날 발표한 방침을 철회했다.
대구시에 이어 경주시도 이날 식당·카페와 실내체육시설, 노래방 등의 영업을 밤 11시까지 허용한다고 했다가 3시간 만에 취소하는 소동을 벌였다. 김호진 경주시 부시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라 일부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대본 브리핑 뒤인 오후 6시께 기존 발표 내용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자영업주들의 불복과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집합금지 대상인 광주시 유흥업소의 업주들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18일부터 영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일반음식점과 달리 유흥업소 영업만 금지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과태료 부과에도 영업재개를 강행할 방침이다. 밤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처가 풀릴 것으로 기대했던 일부 자영업주들의 불만도 계속되고 있다. 김익환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사무총장도 “(면적당 인원 제한 때문에) 방에 1명씩만 들어가야 하고 영업시간이 밤 9시까지로 제한되면 매출이 거의 나오기 힘든 구조”라며 추가적인 방역수칙 완화를 촉구했다.
정부는 18일부터 실내체육시설과 노래방, 학원, 카페 등에 대한 방역 수위를 종전보다 완화하기로 한 상황이었는데도, 지자체와 업주들의 반발이 불거져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더 완화된 방역수칙으로 하루 500명대 정체기에 접어든 환자 발생 규모를 줄이려면, 방역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520명으로, 엿새 연속 500명대를 이어갔다. 지난 한주간(10~16일) 일평균 국내발생 확진자 수는 516.1명으로 직전 주보다 222명 줄었다. 감소세로 돌아선 지 3주가 지나도록 2.5단계 검토 기준(주간 일평균 400~500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권덕철 중대본 1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단계 하향은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400명대로 진입하면 위험도를 평가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밤 9시 이후 운영제한 조처들이 해제되려면 거리두기가 1.5단계까지 내려가야 한다. 정부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처는 2주간 더 유행 추이를 지켜본 뒤, 설 특별방역이 시행되는 2월14일까지 연장할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최하얀 김용희 김윤주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