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총 4천명 늘리겠다는 정부 계획에 반발하는 의사단체들이 파업(집단휴진)으로 실력행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7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4일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5일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 의사 부족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앞으로 세부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와 논의할 수는 있지만, ‘의사 확충’이라는 큰 정책 방향은 흔들림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브리핑을 열어, 의료계 요구를 받아들여 적정한 의사 규모 등을 논의할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구성하겠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집단휴진을 자제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요청했다. 대화를 강조하긴 했지만, “집단행동 과정에서 불법 요소가 있거나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엄중하게 조처하겠다”고도 경고했다.
이에 대해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면서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것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애초 의료계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계획안을 발표했고 지금도 대화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철회한 뒤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과 의협 부회장들과의 만남도 취소됐다.
대학병원 등에서 수련을 받고 있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은 7일 하루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전공의 1만6천여명으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 필수인력까지 포함해 전면 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는 응급실, 중환자실에 대체인력을 확보하도록 병원에 요청하고 지자체와 함께 ‘24시간 비상진료상황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논리 밑바탕에는,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공포감이나 집단이기주의가 깔려 있다”며 파업 결정을 비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