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두고 보기로 했는데요. 아무리 암으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도 몸속에 혹 덩어리가 자라고 있다고 하니 불안한 마음은 지울 수가 없네요.”
자궁근종(자궁 근육에 생기는 양성종양) 때문에 한동안 고민하던 김아무개(37·경기 안양시)씨의 말입니다. 김씨는 2014년 말에 다니던 회사에서 직장 건강검진을 하다가 자궁에 근종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하는 혈압이나 혈당 등과 같은 검진 항목 외에 몇몇 검사를 선택해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초음파 검사를 받기로 했습니다. 생리(월경)를 시작한 뒤부터 종종 생리를 하다가 양이 많을 때가 있었고, 또 생리 기간이 평소에는 5~6일이었는데 열흘 가까이 계속되기도 해 검사를 받아보기로 한 것입니다. 김씨는 “고등학교나 대학 다닐 때에도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불안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최근 3~4년전부터 이런 일이 더 자주 생기는 것 같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받아보기로 한 것”이라고 검사를 받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초음파 검사 결과 자궁에 2.5㎝ 정도인 자궁근종으로 보이는 혹이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는 ‘자궁근종 의심’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김씨는 인터넷 등을 통해 자궁근종을 검색해 보니 암으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말에 안심했다고 합니다. 이인호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근종이 악성종양인 암으로 바뀌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하지만 매우 크고 빨리 자라는 경우 약 0.1%에서 악성으로 변하기도 한다. 많은 여성들이 자궁근종이 암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암으로 돌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합니다. 김씨는 산부인과를 찾아서 추가로 검사를 더 해볼까 고민도 했지만, 혼자 가기도 겁이 나 그냥 방문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저에게 “아는 사람 가운데 자궁근종이 진단된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길래, 저도 대수롭지 않게 “생리 때 출혈이 너무 많거나 혹의 크기가 매우 큰 경우 아니면 그냥 정기적으로 관찰한다”고 답했습니다. 김성훈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자궁근종은 가임기 여성 4~5명 가운데 1명이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한 편인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이 경우 6개월에 한번씩 정도 주기적으로 검사를 해보면 된다”고 설명합니다. 자궁근종은 대개 30~45살에 많이 생기며, 사춘기 전이나 폐경이 된 뒤에는 새로운 자궁근종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김씨는 인터넷 정보에서 본 대로 다른 여성들도 많이 가지고 있고 악성이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말에 기회가 되면 검사를 더 받아보기로 하고 그냥 잊고 지내기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김씨는 1년쯤 지난 지난해 말 석 달 연속 눈에 띄게 생리량이 평소보다 많고, 생리 기간도 2~3일 정도 길어졌습니다. 약간 어지럽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자궁근종의 경우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6개월에 한번씩은 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말이 그때 떠올랐습니다”
그때까지 한반도 산부인과를 찾아본 적이 없는 김씨는 결국 용기를 내어 산부인과 병원을 찾았고, 초음파 검사 등을 받은 결과 자궁근종이 여전히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검사에서 자궁근종 크기는 2.5~3㎝ 정도로 나왔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해 크기는 거의 커지지 않은 셈입니다. 의사는 “자궁근종이 있으면 생리량이 많아지거나 생리통이 심해질 수 있는데, 마침 근종이 자궁의 근육층 안에 있어 그런 증상은 좀 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씨는 생리가 더 심해지면 약물치료나 수술 등을 고려해 보자는 말을 듣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이후 그는 자궁근종의 치료에 대해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다고 했습니다. 대학병원 등의 누리집에는 주로 약물치료와 수술치료에 대한 설명이 많았는데, 블로그 등에 들어가보니 한방치료로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병원 광고에서 하이푸 치료(고강도 초음파 집속술)를 보게 됐고,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한다는 말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습니다. 김씨는 당시 미혼인 상태였지만, 나중에라도 결혼하게 되면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자궁에 칼을 대어 수술하거나, 여성호르몬 등을 억제하는 약물치료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당시에 제게 다시 연락을 해 와 그동안 자궁근종이 생긴 것을 알게 된 뒤 고민했던 내용을 이야기했습니다. 또 하이푸 치료에 대해 물었습니다.
“인터넷 등에서 찾아보니 자궁근종 때문에 자궁을 떼어내는 수술도 한다고 들어서 사실 겁이 많이 나더라고요. 수술하지 않는 치료라고 하는데 하이푸는 안전한지 해서 물어보려고요. 앞으로 결혼이나 임신을 할 수 있으니까요.”
우선 제가 아는 의학상식으로도 자궁근종이 있다고 해서 자궁적출술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 특히 임신을 고려하고 있다면 그런 수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습니다. 김대연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아이를 낳아야 할 여성의 경우는 자궁을 전부 제거하는 자궁적출술을 할 수 없으므로 수술을 하더라도 근종만 제거하는 데에 중점을 두게 된다. 특히 크기가 그리 크지 않으면 제거하기가 쉽다”고 설명합니다.
임신을 한 상태에서 초음파 검사를 하다가 자궁근종이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임신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아니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하고 자궁근종을 제거한 뒤 다시 임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김대연 교수는 “대부분의 경우 자궁근종이 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임신 중에 자궁근종이 발견돼도 일단은 임신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다만 임신 기간 중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 호르몬 때문에 근종이 더 커지기도 하고 변성을 일으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자궁근종이 있다고 해도 몇몇 경우만 제외하면 자연분만이 가능합니다. 자궁근종이 태아가 나오는 길인 산도를 막는 경우에는 제왕절개술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김씨가 인터넷 등에서 알아본 하이푸 치료는 고주파 열에너지를 자궁근종에 모아 제거하는 치료법입니다. 조필제 청담산부인과 원장은 “마치 햇볕을 돋보기로 모아 온도를 올려 종이 등을 태우는 원리와 같다고 보면 된다. 고강도의 초음파를 발사시켜 자궁근종과 같은 종양에 모아 순간적으로 종양의 온도를 65~100도 올려 종양을 죽여 제거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치료법은 출혈, 빈혈, 통증 등과 같은 증상이 있는 자궁근종을 가졌으면서 폐경 전인 여성이 대상인데요. 수술을 하지 않고 자궁근종을 제거하는 장점이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거의 500만원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임신부에게는 쓰지 못하고 앞으로 임신 계획이 있는 경우에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 7월15일 하이푸 치료에 대한 진료 지침을 발표하면서, 이 치료를 받은 뒤 임신의 안전성에 대한 근거는 불충분한 상태이기 때문에 충분한 근거가 확보되기 전까지는 쓰지 않도록 권고했습니다. 이 치료를 받은 뒤 임신했다가 자궁이 파열돼 신생아가 사망한 경우가 보고됐기 때문입니다. 조필제 원장은 “최근 2~3년 동안 하이푸 시술을 하는 병원이 빠른 속도로 늘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과장 및 허위 광고로 환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김씨에게 임신을 생각하고 있다면 하이푸 시술은 오히려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혹시 나중에 결혼을 해서 임신이 잘 되지 않으면 자궁근종이 원인일 수는 있기 때문에 그때는 자궁근종을 절제하는 수술 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성훈 교수는 “자궁근종이 수정란의 착상 등을 방해하고 있어 불임의 원인이 되는 경우에는 이를 절제하는 수술을 하는데, 절제술 뒤 절반 정도에서는 임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김씨는 치료를 받으려면 약물치료나 수술치료 가운데 결정을 해야 하는데요. 자궁근종이 마침 자궁의 표면에만 있는 경우에는 복강경 수술도 가능합니다. 약물치료의 경우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도록 인공적으로 일정 기간만 폐경 상태를 만듭니다. 하지만 3번 정도 약물치료를 해서 자궁근종이 더 이상 작아지지 않으면 약물 치료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관련 전문의들의 의견입니다. 자궁근종의 경우 수술을 해도 10명 가운데 3명에게서는 다시 재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재발이 되면 수술을 받은 10명 가운데 1명은 또다시 수술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김씨는 당장 결혼이나 임신을 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두고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빈혈 검사 등에서도 정상 범위보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약간 낮을 뿐 큰 이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다행히 생리 기간에 생리통이 심하게 있는 것은 아니라서 일단은 주기적으로 관찰만 하고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궁근종이 여성호르몬의 영향이라면 혹시 자신이 결혼이나 임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궁근종이 생긴 것은 아니냐고 물어 왔습니다. 관련 전문의들의 설명을 들으면, 여성호르몬이 자궁근종의 성장을 촉진한다고 합니다. 난소의 기능이 활발한 시기에 근종의 크기도 커지고, 폐경 이후에는 작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설명이 가능합니다. 김대연 교수는 “평소 비만하거나 아기를 낳은 적이 있던 여성에게서 자궁근종은 더 잘 생기고, 피임약을 먹으면 발생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씨는 이 설명에 대해 “한편으로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는 아니구나’란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혹시 임신을 하면 더 커지거나 더 많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모든 걱정이 정말 기우이지요. 더 나이 들기 전에 빨리 결혼이나 하고 나서 생각해보든지 해야죠. 아무튼 지금 당장 무슨 치료를 하기보다는 정기적으로 관찰만 해보기로 했습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의사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