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인플루엔자나 사스에 견줘 치사율은 높지만 전염력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중동 지역에서의 메르스 전염력은 평균 0.6~0.8명 정도인 것으로 보고됐다. 1차 감염자가 다른 사람한테 메르스를 옮기는 경우가 채 1명이 안 된다는 뜻이다. 이 수치는 공기 중 감염이 가능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인플루엔자가 각각 2명, 1.5~1.6명인 것에 견줘 한참 낮다.

정부 역시 이를 근거로 밀접 접촉자들을 직접 통제하지 않고 자가격리 조처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환자 수는 연일 늘어났고 같은 병실, 심지어 같은 병동을 쓰지 않은 입원 환자 중에서 감염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최근에야 “2012년부터 생긴 메르스의 경우 전염력이 평균 0.6명 정도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온 사례에서는 7명까지도 감염시키는 것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메르스의 전염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때 파악하지 못해 불철저하게 대처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31일 현재 국내에서는 첫 환자가 벌써 14명에게 메르스를 전파시켰다.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듯 전염력이 강해진 이유에 대해 일부에서는 첫 환자가 메르스의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곧 메르스가 국내에서 공기 중 감염이 가능할 정도로 전염력이 강해졌다는 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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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은 아직까진 전염력이 더 세졌다고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변이 가능성에 대한 추가 조사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검사 결과 중동 것과 일치하고 현재 변종이 나오지 않았다”며 “다만 아주 일부분의 변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보건연구원, 민간 연구자 1명, 전문 업체 등에서 유전자 전체 분석을 진행중이고 네덜란드에도 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보다는 첫 환자의 메르스 감염 사실을 모른 채 가족, 다른 환자, 의료진 등이 무방비로 접촉한 데서 감염 확산의 원인을 찾는다. 김우주(고려대 의대 교수)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첫 환자가 입원했을 때 그를 간병한 가족이나 의료진 그리고 같은 병실·병동에 입원한 환자나 보호자가 감염됐다”며 “이들은 첫 환자가 기침 등 증상이 심했을 때, 곧 바이러스 배출이 가장 많았을 때 가까이에서 접촉했던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메르스 환자 15명 가운데 12명이 첫 환자가 15~17일 입원한 병원에서 나왔다. 나머지 2명은 첫 환자가 각각 첫번째, 세번째 방문한 의원에서 일하던 의사나 간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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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전염력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건 메르스의 증상이 아직까진 치명적이지는 않다는 점이다. 15명의 환자 가운데 상태가 불안정한 경우는 현재 3명인데 이들은 원래 신장·심장 질환 등이 중증이었던 환자들이다. 나머지 12명은 상태가 안정적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중동에서는 메르스의 치사율이 40%에 이르렀지만 국내에서는 이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첫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서 주로 환자가 나왔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경우보다는 상대적으로 환자 발견이 쉬워 확인된 환자 수가 많아졌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중동에서보다 환자 전염력이 높게 나타난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환자에 대한 초기 치료나 대응이 잘 이뤄져 이들의 상태도 안정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