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강보험 재정 흑자가 4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빠져나가는 돈보다 가입자한테 걷는 건강보험료(건보료) 수입이 그만큼 더 많았다는 뜻이다. 누적 흑자는 약 13조원 규모다. 보건·복지 관련 시민단체는 10조원이 넘는 돈을 쌓아두기만 할 게 아니라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는 데 적극 활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6일 ‘2014년 건강보험 재정 현황’을 발표하고 지난해 발생한 건강보험 당기 흑자가 4조5869억원이라고 밝혔다. 2010년 9592억원이던 누적 흑자 규모는 5년 만에 13배 넘게 늘어 12조8072억원까지 불었다. 특히 2012년부터는 3년 연속으로 3조원이 넘는 기록적인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수지 현황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피면, 지난해 총수입은 48조5024억원으로 전년 대비 7.4%(3조3291억원) 늘었다. 건강보험 가입자한테서 걷은 건보료 수입이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어선(41조2404억원) 덕분이다. 전년과 비교해 직장가입자의 수가 4% 많아졌는데, 보험료율(1.7%)과 보수월액(2.6%)까지 함께 오른 결과다. 보수월액이란 보험료를 매기는 기준 소득을 가리킨다.

광고

반면 가입자의 진료비로 빠져나간 돈을 포함한 건강보험 총지출은 43조9155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5.7%(2조3868억원) 느는 데 그쳤다. 과거(2005~2011년) 12% 수준이던 연평균 지출 증가율은 최근 3년간(2012~2014년) 5.5%를 넘지 못했다.

건강보험 지출이 예전만큼 큰 폭으로 늘지 않는 일차적 원인은 2010년 이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의료비 지출의 증가세가 덩달아 꺾인 데 있다. 경기 불황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실제 가계소득이 늘어도 의료비 등 소비성 지출은 줄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과 프랑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다른 나라의 의료비 증가율도 2010~2011년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떨어졌다.

광고
광고

복지부 관계자는 “경기적 요인(불황)으로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소비를 하지 않는 추세가 몇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2010년까지 높던 의료 이용률이 갑자기 꺾인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던 수요가 적정화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암 발생률이나 B형 간염의 유병률이 줄면서 진료비 지출이 감소하고, 음주율이나 흡연율이 떨어지는 등 국민의 건강 행태가 과거에 견줘 개선된 점도 건보 지출 증가율이 감소한 원인으로 꼽힌다.

광고

건강보험 재정의 기록적인 흑자 행진은 경제적 이유로 아파도 병원에 가기를 꺼리는 행태와 관련이 있는 만큼, 누적 흑자를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명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건강보험팀장은 “2012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74.9%)에 한참 못 미치는 62.5% 수준”이라며 “실제 의료 이용이 필요해도 병원비가 두려워 참는 국민이 많아 누적 흑자 규모가 커졌다면, 이는 여전히 낮은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쓰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