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9275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정부가 보건의료 위기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렸다. 전공의들이 떠난 대형병원 응급실은 방문한 환자들을 돌려보냈고, 이들은 주변 종합병원으로 향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위기평가 회의를 거쳐 23일 아침 8시 기준 보건의료 위기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또 지난 21일 밤 10시 기준 전국 100개 병원(전공의 95% 근무) 전공의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8024명은 출근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현장 점검으로 병원 이탈을 확인한 603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교육부는 21일 22개교에서 3025명이 휴학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20일 집계치 8753명을 더하면 1만1778명(전체의 63%)이다.
이날 삼성서울병원은 수술 건수를 평소보다 45% 줄였고, 서울대·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도 30%가량 조정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안과 응급수술 등 10개 질환 환자의 응급실 진료를 중단했다. 이들 병원은 전공의 비중이 소속 의사의 30~40%에 이른다. 환자들은 수술을 미루거나 주변 2차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는 21일 하루 피해 사례 57건(저녁 6시 기준)이 접수됐고, 수술 지연은 44건이었다.
정부와 의사단체는 서로 거짓 주장을 한다며 맞섰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사단체는 전년 대비 의사 증가율을 2010~2020년 증가율인 2.84%를 적용하고 있는데, 고령화에 따른 은퇴 의사가 증가하는 경향을 고려하면 증가율은 1.67%까지 낮아진다”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는 증원 규모를 두고 의협과 수차례 논의했다는 정부 설명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의사 증원에 따른 향후 수익 감소에 우려를 나타냈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의사 증원 계획에 대해 “싸면서 주 80시간 이상 일하는 전공의들을 늘려 병원을 더 싸게 운영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해선 “최소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재정을 마련해 어떻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의사가 공개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23일 오후 3시30분 한국방송 1텔레비전(KBS 1TV)에 출연해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과 의대 증원을 주제로 토론한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