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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료·건강

[단독] “틀린 지시로 구조 현장 헛걸음” 이태원 의사들은 절망했다

등록 :2022-12-07 18:16수정 :2022-12-12 15:42

참사 현장 재난의료지원팀 활동 보고서 보니
10월29일 밤 이태원 참사에서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29일 밤 이태원 참사에서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현장에 현장응급의료지원을 위해 출동했던 재난의료지원팀(DMAT·디맷) 의료진들이 당시 응급의료 대응의 문제점과 건의사항을 담은 활동 보고서를 냈다. 디맷은 참사 당시 재난의료 컨트롤타워 부재와 통신 장애를 문제로 지적하며, 보건소장에게 집중돼 있는 응급의료소장 권한을 분산하고, 경찰·의료·소방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통신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7일 <한겨레>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수도권 14개 병원·15개 디맷의 활동보고서를 종합하면, 당시 디맷은 현장응급의료소의 지휘 부족으로 현장 응급의료지원에 어려움을 겪었다. 디맷 활동보고서는 재난 현장에 출동한 디맷은 1주일 내에 환자 처치, 재난의료체계에 대한 건의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제출해야 한다는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지난 10월29일 참사 현장에서 재난의료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던 이유는, 응급의료소장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최재원 용산보건소장이 30일 오전 0시9분께 현장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29일 밤 11시30분께 현장 주변에 도착하고도 “인파가 많아 현장 접근이 어렵다”는 이유로 용산구청으로 돌아갔다. 매뉴얼에 따르면 관할 보건소장은 응급의료소를 설치하고 현장에서 의료 자원을 지휘·통제해야 한다. 최 소장의 늦은 도착으로 응급의료소는 참사 발생 2시간48분 뒤에야 현장에 설치됐다. 그 결과 서울대병원 디맷은 “재난 현장을 돌아다니며” 길 위에서 환자를 돌봤다. 이대목동병원 디맷은 현장에 도착했지만 업무를 부여받지 못했다. 이대목동병원 디맷은 “현장 활동에 대한 컨트롤 타워가 부재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응급의료소가 현장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의료진이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30일 새벽 1시19분 고대구로병원 디맷은 응급의료소장의 지시를 받아 하나은행 이태원지점 앞으로 이동했지만 그곳엔 사상자가 없었다. 인파를 뚫고 응급의료소로 돌아오기까지 20분 이상이 허비됐다.

디맷은 경찰·의료·소방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매뉴얼은 관계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모바일 상황실을 꾸려 소통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태원 참사 현장에선 국가 통신망인 ‘재난안전통신망’이 아닌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재난 상황이 공유됐다. 이 대화방엔 경찰이 포함돼 있지 않아 소통은 더욱 꼬였다. 디맷은 당시의 모바일 상황실에 대해 “정리되지 않고 너무 많은 내용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와” 현장 파악이 어려웠고, 경찰과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인파 통제가 안돼) 먼 곳부터 의료장비를 들고 (도보로) 이동”하거나 “응급의료소에 일반인과 기자들 출입이 통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인파로 휴대전화) 통신이 원활하지 못해 팀원간 소통에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디맷은 현장 응급의료 지휘체계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디맷 소속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통제단장(소방서장)·응급의료소장 권한을 나눠 갖자는 제안이 많았다. 서울대병원 디맷은 “최초 출동한 디맷 의사 등이 응급의료소(텐트) 설치 여부를 결정하고, 디맷의 현장분류반·처치반·이송반 등 역할을 지정해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다. 노삼규 전 국립방재연구소장(광운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재난 상황에서는 행정 책임자보다 (의료·구급 등) 해당 분야 지식·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지휘를 맡는 것이 원칙”이라며 “디맷 의료진이 역할 분배나 추가 출동 요청 등의 임무를 나눠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영 의원은 “재난 상황에서 응급의료 대응은 희생자를 한 명 이라도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체계다. 유관기관과의 소통 체계는 적절한지, 현장과 최종 컨트롤타워 사이의 대응 시스템에 구멍은 없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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