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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료·건강

의료 현장 “일단 2주간 멈춰야”…정부 “월·화·수 지켜볼 것”

등록 :2021-12-13 17:03수정 :2021-12-14 02:03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코로나19 의료대응체계 점검 및 현장 증언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코로나19 의료대응체계 점검 및 현장 증언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 현장은 아수라장, 전쟁터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병상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증상이 조금이라도 호전되면 전원과 퇴원을 하루에도 수차례 해야하는데 간호사들이 전원 업무까지 담당하면서 업무가 크게 늘었습니다. 중환자와 고령환자 늘면서 요구사항도 늘고 있는데 병실·화장실 청소, 배식 업무까지 보조인력 없이 떠맡아 끼니도 챙기지 못하고 일한지 2년이 넘어갑니다. 늘어나는 환자 임종과 사체관리까지 하는 간호사들은 피로감과 우울증으로 언제 현장을 떠날지 모릅니다. 2년 동안 정부는 무얼했습니까.” (안수경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시립 서남병원의 204병상은 확진자로 가득 찼습니다. 병원은 확진자만 보는게 아니라 선별진료소·백신접종·생활치료센터까지 운영하고 최근 재택치료가 확대되면서 병상 배정 전에 재택으로 대기중인 환자들까지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을 기존 직원들을 짜내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택대기 환자 중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 재택치료 키트를 받지 못한 사람이 반이나 됩니다. 혼자 사는 고령층은 재택치료키트 사용법도 못 알아듣습니다. 환자 상태가 나빠져도 지방자치단체에 병상신청하고 119구급대를 부르라고 밖에 말해주지 못해 마음이 무겁습니다.” (김정은 서울시 서남병원 간호사)

13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코로나19 진료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엔 울음과 절규가 섞였다. 노동자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병상확보 행정명령에도 병상에 배치돼 환자를 돌볼 의료진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김현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노조 지부장은 “정부는 병원 병상 4%까지 동원하면 코로나19 환자를 1만명까지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숙련된 의료인력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병상을 확보해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현재 현장은 아비규환”이라며 “정부는 병상수에 매몰돼 포인트를 잘못 잡고 있다. 행정명령을 봐도 인력에 대해선 아무 이야기가 없는데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는 건 사람의 일”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의료대응 현장의 증언을 전달하고 당장 단계적 일상 회복을 2주 동안 멈출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의료인력을 확충하고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는 코로나19 대응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 2백여개 의료기관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단계적 일상 회복 이후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전국 병원 노조 지부장 회의를 통해 문제점을 듣고 이러한 제안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가 3년 이상 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모든 대응을 전체 보건의료의 10%를 차지하는 공공의료가 부담하는 방식에서 나머지 90%를 담당하는 민간이 함께 대응하는 공공·민간 총력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그럼에도 병상 부족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스웨덴처럼 민간병상을 공여화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러한 준비과정에서 정부·병원·의사협회·간호사협회·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되는 ‘범사회 총력대응 협의체’가 구성되면 참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사들도 단계적 일상 회복을 일시적으로 멈춰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대한감염학회 등 감염관련 의학회들은 이날 오전 공동성명서를 내어 “6일 정부가 사적모임 인원 제한 등의 조치를 발표했으나 대책의 강도가 낮고 이동량 감소 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 발생까지 2주 이상의 시간이 걸리며 즉시 유행 규모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행되지 않으면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은 의료체계의 대응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일상 회복의) 멈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확대 적용한 특별방역대책이 이날부터 시행된 만큼 3일 정도 시행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상황을 보면서 지속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이 악화되고 의료체계 여력이 감소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특단의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이번주 월·화·수요일에 (방역 관련 지표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면서 고령 환자의 비중과 의료체계 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긴급조치를)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조치 내용과 관련해선 추가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대책이 포함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지만 이러한 대책이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전방위적인 (방역)조치를 강화하는 긴급조치는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사회경제적인 피해, 서민층의 피해가 광범위하게 따르므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건의료 현장과 정부 당국이 온도차를 보이는 가운데 방역 지표들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주간 위험도 분석 내용을 발표하면서 12월 둘째주(12월 5∼11일) 전국·수도권·비수도권 모두 유행 위험도를 ‘매우 위험’으로 평가했다. 방역 당국이 비수도권까지 최고 단계인 매우 위험으로 판단한 것은 처음이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수도권 의료대응 역량은 한계 초과가 지속되고 있고 비수도권도 곧 한계에 도달할 우려가 있어 재택 치료 확대가 필요하다”고 위험도 평가 이유를 설명했다.

12월 둘째주엔 확진자·위증증 환자·사망자 모두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장 많았다.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6068명으로 12월 첫째주에 견줘 1676명이 많았고, 주간 하루 평균 위중증 환자는 807명(첫째주 697명)이었다. 사망자도 401명으로 직전주(317명)에 견줘 84명 늘었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중대본 회의 모두 발언에서 “위중증 환자가 900명에 이를 정도로 증가해 의료역량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며 “세차례 병상확보 행정명령에 이어 지난주 금요일에도 비수도권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행정명령을 시행했으나 감염 확산세가 지속되면 감당이 안되는 ‘비상상황’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김지은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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