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보디빌더 이도경씨와 그가 평소 먹는 비건 식단. 이씨 제공
비건 보디빌더 이도경씨와 그가 평소 먹는 비건 식단. 이씨 제공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쓸까? 최근 채식주의 생활양식이 크게 확대되면서, 닭가슴살과 동물성 단백질 셰이크가 장악한 피트니스 식단 관리의 세계에도 ‘비건헬스’가 떠오르고 있다.

22일 한국채식연합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2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동물성 단백질 식품을 아예 먹지 않는 완전채식(비건) 인구는 15만~20만명 정도다. 최근에는 채식 소비자를 위한 식품 출시 경쟁이 치열해지며 ‘비거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고기=힘’이라는 인식을 깨고 비건헬스를 실천하는 이들이 속속 등장했다. 비건헬스는 비건과 헬스의 합성어로 완전채식을 하면서 피트니스 트레이닝을 병행하는 것을 뜻한다. 유튜브에서는 비건헬스 방법을 공유하는 영상 콘텐츠 채널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비건 식단 브이로그’ ‘비건 벌크업(근육량을 늘리는 운동) 일지’ ‘고단백 채식 식단’ 등을 구독자들과 공유한다.

광고

비건헬스를 하는 이들은 동물성 단백질을 먹지 않아도 근육을 충분히 늘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체대 대학원에서 운동생리학을 전공한 비건 보디빌더 이도경(27)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콩, 두부 등에 있는 식물성 단백질을 조합해 먹으면 운동에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고, 벌크업 할 땐 아보카도나 씨앗에 있는 지방을 함께 먹으면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단백질보다 중요한 에너지원은 탄수화물이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처럼 탄수화물이 늘어야 운동량도 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비건 식단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 국내 한 보디빌딩 대회에서 2등을 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 비건이 된 보디빌더 최성문(40)씨는 “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닭가슴살과 동물성 단백질 보충제를 사두려는 이들이 많다”며 “동물성 단백질을 얼마나 먹느냐가 아니라 운동 강도를 높이며 근육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건헬스의 장점으로 ‘건강한 몸’을 꼽는다. 최씨는 “처음엔 닭가슴살과 동물성 단백질 보충제를 먹으며 운동을 오래 했는데,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과 혈압, 신장 수치 등이 안 좋게 나왔다. 몸은 좋아졌지만, 건강은 나빠졌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잡곡밥과 나물, 두유 위주의 비건 식단을 시작하고 건강 문제가 해결돼 스스로도 놀랐다”고 말했다. 이씨도 “이젠 그냥 몸만 만들려는 게 아니라 비건헬스를 하며 건강하게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광고
광고

건강을 위해 시작한 채식이 동물과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씨는 “채식을 시작하고 공부하다 보니 자유롭게 새끼를 낳고 무리를 이루는 생활도 못 해보고 도축당하기 위해 사는 동물을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이씨도 “환경 문제를 생각하고 비건이 된 것은 아니지만 음식만 바꿨을 뿐인데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내 몸에 좋은 게 환경에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