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억원을 누가 낼 것인가?
한국환경공단의 2016년 폐기물 재활용 자료를 보면 전국 폐기물 회수선별업체는 이해에 34만9천여톤의 폐비닐을 수거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따라 생산자들이 낸 부담금에서 지원을 받아 고형연료(SRF) 등 재활용 제품으로 만든 것은 63%인 22만1천여톤에 불과했다. 소규모 업체에서 생산한 1회용 비닐봉투 등 이피아르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금을 받지 못한 나머지 12만8천여톤은 시멘트 공장에 보내 소각료를 주고 태우는 등의 방식으로 처리하고, 그 비용을 폐지나 고철 같은 다른 재활용 폐기물을 취급해 얻는 수익으로 메워왔다.
폐비닐이 올해 정상적으로 재활용되게 하는 데 책정된 이피아르 지원금은 톤당 27만1천원이다. 올해 발생할 폐비닐이 2016년 실적과 같다고 가정하면 업체들이 처리를 못하겠다는 폐비닐을 이피아르 수준으로 지원해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350억원이다. 이 가운데 60% 정도가 수도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보면, 결국 월 20억원이 수도권 폐비닐 수거 거부 사태를 부른 셈이다.
한 재활용업체 관계자는 “지금 수도권에서 쓰레기 수거 거부가 장기화하고 있는 것은 누구도 이 20억원을 해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결국 수도권 폐비닐 대란은 주민 한 사람 앞에 한달 100원꼴인 ‘20억원짜리 대란’인 셈”이라고 말했다.
재활용업체들이 더는 부담할 수 없다고 호소하는 이 비용은 결국 비닐 생산업체, 폐비닐 쓰레기를 내놓는 시민, 정부와 지자체가 논의해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환경부는 아직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금까지 정상적 재활용 구조에서 빠진 40%의 폐비닐에 대해서는 언급 없이 재활용업체들에 재활용 후 남은 잔재물 소각처리 비용을 줄여주고 이피아르 지원금 조기 지급을 검토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을 뿐이다.
재활용업계 관계자는 “폐비닐 재활용이 그 자체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다른 품목 재활용에 기대서 유지되는 상태를 계속 놔둬서는 안 된다. 폐비닐이 독립적으로 재활용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은 채 이번 사태가 봉합된다면 언젠가 문제는 재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이피아르 적용 업체들이 생산하지 않는 폐비닐이 절반가량 되기 때문에 폐비닐 재활용 정상화를 위한 비용은 이피아르에 부담시키기보다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은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제품·재료·용기의 제조·수입업자에게 폐기물 처리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으로, 지난해 650억5천만원이 걷혀 환경개선특별회계로 들어가 환경부 예산으로 사용됐다.
김 총장은 “정부는 폐기물 발생을 최대한 줄이면서 환경오염 없이 재활용이 이뤄지도록 지원과 감독을 강화하고, 시민과 지자체는 철저한 분리수거와 관리로 폐비닐의 안정적 재활용이 이뤄지게 하는 구조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10일 국무회의에서 가격이 급락한 폐지에 대한 제지업체의 단계적 긴급 매수, 고형연료의 품질기준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 경감 추진 등을 수도권 폐비닐 수거 거부 사태의 추가 대책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고형연료 규제 완화는 미세먼지 감축 노력과 충돌할 수 있어 추진 과정에 논란이 일 전망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