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노출에 따른 폐 손상으로 피해 판정을 받은 어른들의 폐기능 상태는 시간이 흐르면서 전반적으로 호전되는 비율이 높지만 성장 단계에 있는 어린이 가운데는 악화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1일 환경부를 통해 받아 공개한 서울아산병원의 올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니터링 중간 보고서를 보면, 가습기 살균제 1~3단계 피해 판정을 받고 3회 이상 서울아산병원 가습기 살균제 환경보건센터를 방문해 폐기능 검사를 한 어린이 36명 가운데 노력성 폐활량(FVC)이 80% 이상인 정상 환자의 비율은 첫 방문 때 66.7%였다가 두 번째 방문 때는 52.8%, 세 번째 방문 때는 47.2%까지 떨어졌다. 대신 노력성 폐활량이 60~80%인 환자(경증) 비율은 거꾸로 30.6%, 44.4%, 50.0%로 계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폐손상으로 1~2단계 판정을 받은 어른 40명을 대상으로 4년간 모니터링한 결과에서는 노력성 폐활량(FVC) 80% 이상인 정상 환자가 처음에 5명이었다가, 1년 뒤 12명, 2년 뒤 18명, 3년 뒤와 4년 뒤 모두 21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또 노력성 폐활량이 50% 미만인 중증 환자 비율은 모티터링 시작 당시 16명에서 1년 뒤 6명으로 크게 줄고, 2년·3년·4년 뒤는 모두 5명으로 유지되고 있다. 40명에 대한 개인별 폐기능 추적조사에서는 호전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된 환자도 6명으로 집계됐으나, 절반이 넘는 21명이 처음부터 정상이었거나 치료 결과 정상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3명은 정상화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으나 다소 호전된 환자로 파악됐다.
서울아산병원이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지원단의 상담을 받고 있는 1~2단계 판정 피해자와 (유)가족 5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피해자의 43.2%와 유가족의 32.5%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운데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31.7%)보다 높고, 메르스 피해 유가족 가운데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17.0%)의 두 배 가까운 것이다. 이처럼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세월호 참사보다 시간이 더 지났음에도 살균제 유가족의 심리적인 상태가 세월호 유가족보다 더 안좋은 이유는 피해 가족에게 가습기를 틀어준 본인들이 가해자라는 심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신창현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유가족 중 32.5%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세월호와 메르스 피해 유가족과 달리 가습기 살균제 유가족과 피해자 가족들은 정신건강 치료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며 “환경부는 이들도 정신건강 치료 및 지원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