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이 결국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투표로 가결됐다. 이는 여론과 어긋나는 결정이어서 주민과 시민·환경단체가 크게 반발하는 등 큰 파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는 27일 오전 1시께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계속운전) 허가’ 심의 안건을 찬성 7표로 가결했다. 원안위법상 심의 안건은 위원 9명 중 5명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이날 이은철 위원장 등 위원들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50여명의 방청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15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김익중 위원(동국대 의대 교수)과 김혜정 위원(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이 퇴장한 가운데 나머지 위원들로만 표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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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날짜를 넘기며 진행되자 이 위원장 등 일부 위원들이 표결에 들어갈 것을 요구했고 두 김 위원은 표결 강행에 항의하는 뜻으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앞서 이날 방청을 하던 김제남 국회의원(정의당)은 “자정을 넘겨 정신이 혼미한데 극도의 피로감을 갖고 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은철 위원장은 표결 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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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도 지난 12일 2차 회의 때 제기된 원자로 격납건물에 대한 안전기준(R-7)의 부합 여부를 둘러싸고 오랜 시간 공방이 오갔다. R-7은 캐나다가 정한 안전기준으로 사고가 나서 격납용기 안 압력이 상승했을 때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문을 설치해야 한다는 안전규정이다. 기준이 제정된 1991년 이후에 건설된 월성 2~4호기에는 적용됐지만 이전에 설치된 월성 1호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김익중 위원은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계속운전 심사보고서나 한수원이 작성한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에 R-7을 적용했다는 사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기술원은 계속운전 심사 때 R-7을 적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월성2~4호기와 동일한 사고조건을 적용해 안전성을 평가했다고 반박했다.

올해 1월 개정된 원자력법에 신설된 계속운전 신청 전 주민수용성 확보 의무 규정도 주요 쟁점이었다. 김혜정 위원은 원자력법 취지를 반영해 주민공청회 등 주민의 수용성도 원안위 심의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성경 위원(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양학부 교수)은 원안위가 수명연장을 의결한 뒤 한수원이 실제 가동에 들어가기 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맞섰다. 결국 이은철 위원장은 조석 한수원 사장을 불러 주민 수용성 확보 방안을 따져물은 뒤 표결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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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는 가압중수로형 원전으로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12년 설계수명(30년)이 다함에 따라 가동을 중단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09년 10년 동안의 수명연장 허가를 신청했으며, 원안위는 한수원이 제출한 안전성평가보고서(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 계속운전 기간을 고려한 주요기기 수명평가보고서, 운영허가 이후 변화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놓고 심의를 벌여왔다. 원안위는 이와 별도로 지진 등 극단적인 사건에 대해 원전의 안전 여유도를 평가하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도 심사 대상에 포함했다.

원안위는 스트레스테스트의 대한 공정성, 심사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킨스)와 민간으로 구성된 ‘전문가 검증단 제도’를 도입해 두 검증단이 ‘총괄기술협의회’를 열어 협의한 뒤 남는 이견들을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에서 검토하는 절차로 심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킨스검증단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대해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한 반면 민간검증단은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려 대립하면서 원안위 심의가 3차에 걸쳐 진행되는 등 지난해졌다.

이날 원안위는 킨스검증단이 지적한 19개 개선사항을 재가동 뒤 중장기 과제로 조처하는 조건으로 제출된 안건에 대해 심의 의결한 것으로, 민간검증단이 제기한 32개 개선사항에 대해서는 명료한 결정을 하지 않아 향후 갈등의 불씨로 남게 됐다. 특히 월성 1호기 재가동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상태여서 원안위의 이번 결정은 큰 후유증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2가 월성 1호기 수명연장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