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오염엔 국경이 없습니다.”
혹시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그저 바다 건너 이웃나라에서 벌어진 불행한 일 정도로 여겼다면, 일본의 다큐멘터리 감독인 가마나카 히토미(사진)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12년에 걸쳐 <히바쿠샤(피폭자)-세상의 종말>, <롯카쇼무라 랩소디>, <꿀벌의 날개소리와 지구의 회전> 등 원자력의 은폐된 진실을 들춰내는 세 편의 다큐 시리즈를 만들었다.
지난 27일부터 사흘간 이화여대 여성신학연구소가 마련한 ‘원자력과 민주주의’ 심포지엄에 참가한 가마나카는 29일 자신의 작품 <롯카쇼무라 랩소디>를 상영하고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지난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정부나 관료, 기업 등이 끊임없이 되풀이했던 ‘원전은 안전하다’는 신화를 무너뜨렸다. 가마나카는 “그럼에도 원자력을 계속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소량이라면 방사능 피폭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는 최근 일본 사회의 변화에 희망을 걸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핵 집회에 참가하느라 분주한 그는 “후쿠시마 사고 뒤로 일본인 전체가 피폭자가 되어버린 셈”이라며 “과거에는 ‘원전 반대’라는 말만 해도 외면했던 사람들이, 이제 점차 ‘뭔가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일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에 ‘내부 피폭’ 피해자들이 많다는 사실과 그 위험성을 정면으로 다룬 그의 2003년 작 <히바쿠샤>가 다시 상영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새삼 충격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는 원자력으로 이익을 얻는 세력들이 조직한 거대한 ‘프로파간다’에 맞서, 끊임없이 진실을 전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다큐 감독으로서 소명이라고 말한다.
“원자력은 곧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가마나카는 “생명 전체를 위협하는 원자력의 진실을 알고, 그것을 거부하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행동이 곧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