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라인란트팔트주에 있는 트리어대학의 비르켄펠트 환경캠퍼스는 온실가스를 조금도 배출하지 않는다. 캠퍼스에서 필요한 전기와 열을 모두 재생가능 에너지로 조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미들베리대학에는 대학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탄소중립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대학의 기후변화 대응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앞선 노력으로 소중한 성공 사례를 이뤄가는 대학들도 있다.

■ 상지대 2005년 여학생 기숙사인 맑음관에 처음 지열을 이용하는 냉난방 설비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충해, 현재 지열을 이용하는 5개 동과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갖춘 4개 동 등 모두 9개 동의 건물에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한 상태다. 이를 통해 연간 약 3억4000여만원의 에너지 비용 절감과 온실가스 배출 억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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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 학과 과정에 환경·생태·생명·의료와 관련한 강좌를 개설했다. 2008년부터 실시된 에코 커리큘럼은 1학기에는 교양과목군에만 15개가 개설돼 2100여명이 수강했고, 2학기에는 14개 과목에 2200여명이 강의를 들었다. 전공 교육과정에도 지난 1년간 65개의 환경 관련 과목을 개설해 운영했다.

학생식당은 이동거리가 짧은 지역에서 유기농 방식으로 생산된 식재료로 식단을 꾸민다. 2005년 친환경 쌀로 처음 시작된 지역 유기농 급식은 김치, 콩나물, 장류, 두부류, 달걀, 돼지고기로까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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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환경경영 시스템인 아이에스오(ISO)14001 인증을 얻은 뒤, 2003년부터 5년간 연료 사용량의 5% 감축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노력을 펼친 결과 2008년 말까지 7.6%를 절감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 학교 에너지절약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연호선씨는 “하드웨어 설비를 통한 에너지 절약은 사용자의 노력이 없으면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며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절약을 위한 노력과 습관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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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 지난해 말 자체 에너지 진단을 거쳐 총 8132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 사용량을 6900TOE로 15% 줄이는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안산캠퍼스에서 지난해 5월부터 시행한 에너지 절약 인센티브제도다. 교내 28개 건물을 대상으로 에너지를 전년 대비 5% 이상 절약할 경우 절감액 일부를 건물의 주사용자들에게 나눠주기로 한 것이다.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건물인 경우 학생들에게 절감액의 50%가, 교직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행정용 건물인 경우 교직원들에게 20%가 지급된다. 지난해 말 1차년도 실적을 집계한 결과, 10개 건물이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나 학생들에게는 3900만원, 교직원들에게는 470만원이 지급됐다.

지난해부터 학생과 교직원들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다달이 건물별 물·전기·가스 사용량을 공개하고 있으며, 에너지 절약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 에너지 퀴즈대회, 교내 전등 1개 끄기, 에너지 절약 학술제 지원 등을 통해 교내에 에너지 절약을 위한 분위기를 확산키고 있다.

안산캠퍼스에서는 또 강의실이나 사무실 안의 조명이 모두 켜지도록 하는 스위치에는 붉은색, 일부만 켜지도록 하는 스위치에는 녹색 스티커를 붙여 놓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녹색 스위치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캠퍼스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강의실이나 연구실을 떠나면서 문을 잠그면 자동으로 불이 꺼지는 자동 소등 시스템을 설치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