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필드스코프로 새를 셀 때는 말을 걸지 말아 주세요.”

지난 4일 금강 하구의 섬 유부도 조사에 나선 새만금 도요·물떼새 국제조사단의 닐 무어스(‘새와 생명의 터’ 대표)는 짐짓 주의부터 주었다. 새까맣게 내려앉는 여러 종류의 새들을 망원경으로 하나하나 세는 일은 얼핏 무모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경험과 반복 그리고 차량으로 이동할 때를 빼고는 하루종일 엉덩이를 땅을 붙이지 않는 집중력으로 이 일을 해내고 있었다.

“1만㎞를 날아오는 새들에 비하면 두세시간 눈알 빠지게 세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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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여행 가이드가 직업인 토니 크로커는 15년간 호주·뉴질랜드 도요·물떼새 연구단에서 활동한 아마추어 조류애호가다. 그는 뉴질랜드 고향에서 보던 붉은어깨도요를 다시 보고 연방 “환상적”이라며 감탄했다. 몇년째 말만 들어온 새만금에 오기 위해 저축을 한 끝에 이번에 자원봉사자로 조사에 합류했다.

새와 생명의 터와 호주·뉴질랜드 도요·물떼새 연구단이 주관하는 새만금 도요·물떼새 국제 모니터링 사업은 지난 2일 시작해 5월28일까지 새만금과 곰소만, 금강 하구에서 벌어진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물론이고 미국, 영국, 캐나다, 타이, 방글라데시 등 8개국 전문가와 자원봉사자 50여명이 조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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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규모와 장기간의 국제조사는 아주 드물다”고 무어스는 말했다. 도요·물떼새와 관련해 지난 몇십년 동안 새만금 간척과 같은 대규모 서식지 파괴는 세계적으로 없었다는 게 그 배경이다.

지난해 시작된 이 조사의 목적에 대해 무어스는 “2008년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습지보전을 위한 대규모 국제회의인 람사총회에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서”라고 못박았다. 이 보고서는 한국 정부를 행동으로 이끄는 국제적 압력이 될 것이다. 새만금 간척으로 도요·물떼새의 수가 줄었는지, 곰소만과 금강 하구는 정부 말대로 대체습지 구실을 하는지 등에 관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객관적 자료를 내겠다”는 것이다.

군산 김제/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