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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환경

‘태양광 지원’ 실종된 서울시 기후변화대응책…환경단체 “역주행”

등록 :2022-01-21 16:43수정 :2022-01-21 16:54

[김정수의 에너지와 지구]
도시 재생에너지 핵심 태양광발전 지원 사라져
런던, 베를린 등 태양광 발전 적극 추진과 대조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구 인구의 절반가량은 도시에 거주한다. 도시 지역에서는 건물의 냉·난방과 취사, 교통 등에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하며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75%를 배출한다. 에너지 사용에 수반되는 문제는 온실가스만이 아니다. 석유와 석탄, 가스 같은 화석에너지가 연소할 때는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대기오염물질도 배출된다. 이런 화석에너지를 난방이나 취사, 교통수단의 연료로 직접 사용할 경우엔 연료 사용에 따른 수익과 환경·건강피해 비용 발생 장소가 일치한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 등으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전기에너지 사용은 다르다.

한국전력 통계를 보면 2020년 서울에서 사용한 전력량은 5억927만㎿h에 이르지만 생산한 전력량은 약 512만㎿h에 불과하다. 사용한 전기의 90%가량을 다른 곳에서 발전한 것을 끌어온 것이다. 같은 해 국내 발전량의 60%는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석유·석탄·가스와 같은 화력발전소에서, 28%는 치명적인 방사성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원전에서 나왔다. 결국 서울이 전기를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보령과 경주 주민들이 대기오염 피해와 방사선 피폭 위험이라는 숨겨진 비용을 대신 치러주는 셈이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도 예외는 아니다. 태양광 발전시설과 풍력 발전 타워를 세우기 위해 농어촌에서는 주변 경관 훼손은 물론 경작지까지 떼어주는 희생을 치른다. 도시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기후정의 문제로 연결되는 이유다.

세계 대도시들 태양광 발전 정책으로 기후위기대응

건물이 밀집해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기 쉽지 않은 대도시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은 태양광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영국 런던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2018년부터 태양광 액션 플랜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 액션 플랜은 런던 시내에 2030년까지 모두 합해 1기가와트(GW), 2050년까지 2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독일 베를린도 시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4분의 1을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한 ‘에너지 기후 보호 프로그램 2030’(BEK 2030)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가 2008년 전국 최초로 기후변화대응 조례를 제정하고 태양광 발전에 대한 지원 정책을 펼쳐온 것은 이런 흐름과 함께한 것이다.

2017~2021년을 계획연도로 한 서울시의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은 ‘분산형 에너지생산도시 구축’을 온실가스 감축 4대 추진 방향의 하나로 제시했다. 이런 방향에 맞춰 개별 가정의 태양광 미니 발전소 보급, 시민 펀드 서울햇빛발전소 건설, 학교·공공시설·민간건물 태양광 설치 확대 등을 역점 추진하도록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20일 발표한 2022~2026년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에는 민간 태양광 발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보이지 않는다. 시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발전은 △건물 △교통 △콘크리트 걷어내고 녹지·물·흙으로 조성 △기후 재난에 시민이 안전한 도시 △시민참여 등으로 구성된 5대 분야에 끼지 못했다. 10대 핵심과제의 하나로 ‘다양한 재생에너지 보급’이 포함됐으나, 그 내용은 태양광 발전이 아니라 도시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수열과 지열, 연료전지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환경연합 “서울의 에너지 자립…태양광 가장 적합” 비판

이에 대해 기후환경단체 쪽에서는 실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에 가장 적합한 태양광 발전 정책은 빼고 가는 상황이라 역주행이나 다름없다”는 논평까지 냈다. 환경운동단체의 이런 비판에는 오세훈 시장의 기후변화대응 종합대책 수립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있다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취임 직후 고 박원순 시장이 ‘원전 하나 줄이기’를 내걸고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태양광 발전 보급 사업을 집중적으로 감사해 기후환경단체들로부터 ‘박원순 지우기’ 의도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에 태양광으로 보조금을 주는 부분은 없어졌다”면서도 태양광 발전 확대 정책을 접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BIPV)와 같은 신기술 관련된 부분은 계속하고 지열과 수열과 같은 부분의 볼륨을 좀 키우면서 30년 이상 노후된 건물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햇빛 발전은 민간 부분에서 공공의 지원 없이도 확충되는 부분이 있어 보급 기반이 어느 정도 닦여있으니 다른 에너지원도 발굴하는 다양화 전략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우리 서울환경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서울시가 지원을 중단하자마자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는 햇빛발전협동조합이 발전소를 지을 부지를 찾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태양광 발전 보급 기반이 닦여있어 지원을 중단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서울시가 20일 발표한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에 옥상녹화가 주요 사업으로 포함된 것도 태양광 발전 사업과 관련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시는 종합계획 발표자료에서 “공공·민간건물 옥상을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정원으로 만드는 옥상녹화”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옥상녹화는 도시의 열섬효과를 완화해주고 건물의 냉난방 에너지를 절약해주는 효과를 내 기후변화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태양광 발전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 옥상은 태양광 발전의 적지여서, 옥상녹화가 확대될수록 도심에서 태양광 발전을 할 장소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팀장은 “어찌 보면 서울시가 건물 위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정책을 추진해오다 태양광을 하기 싫으니 거기에 옥상녹화를 하겠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옥상녹화를 하더라도 태양광 설비를 올리고 그 밑에 녹화를 할 수는 그런 방법을 취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을 브리핑하면서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 하에서 어렵고 고통스러운 실험을 통해 원자력 발전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중장기적으로 보면 원자력 비율이 지금보다 훨씬 높은 70%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원전 비중을 높게 전망하면 할수록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에 싣는 힘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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