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빅스포)' 개막식에서 한국전력 정승일 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빅스포)' 개막식에서 한국전력 정승일 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전 사장의 탈원전 비판”, “정승일 한전 사장의 소신”, “한수원 이어 한전 사장도 ‘탈원전’서 선회”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지난 10일 광주 ‘2021년 빛가람 국제 전력기술 엑스포(빅스포)’ 개막식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원전과 관련해 발언한 내용을 다룬 몇몇 언론의 기사 제목들이다. 몇몇 신문들에서는 사설로까지 다뤘다. 한 언론은 ‘한전 사장까지 뒤늦은 고백…탈원전 열차 멈출 때다’라는 사설에서 “(정승일 한전 사장이) 탈월전 정책의 수정 가능성을 거론했다. 탈원전 정책과 탄소 중립의 병행이 가능하지 않다는 상식을 에너지 공기업 사장으로서 뒤늦게 고백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정 사장의 기자간담회 발언 가운데 언론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것은 “더 많은 원전 비중이 바람직하다는 국민 의견이 대다수고,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 그 때 다시 논의할 수도 있다”라고 한 대목이다. 원전 비중을 늘리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을 전제로 원전 비중 확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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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장이 지난 6월 취임 이후 이런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것은 처음이다. 전임자인 김종갑 사장도 비슷한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진 바 없다. 따라서 정 사장의 이날 발언이 그의 평소 발언이나 전임자의 발언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비교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발언의 전후 맥락을 보면, 그의 발언을 한전 사장으로서 하기 힘든 소신 발언이자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라고 규정한 것은 과도한 의미 부여라는 느낌을 준다.

한전이 내놓은 설명자료를 보면, 정 사장의 해당 발언은 “현재 24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2030년에도 24%의 발전량을 담당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전 비중이 적다고 할 수 없다. 저희는 현재 원전 비중이 적정하다고 보지만”이라는 발언에 이어진 것이었다. 일부 언론은 기사에서 이 부분을 아예 소개하지도 않았다. 한전은 “원전 없는 탄소 중립이 가능하겠냐는 우려나 걱정에 대해서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 그 때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는 것이지, 현재 원전 비중에 대한 재고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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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해 10월23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해 10월23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언론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까지 소환해 “에너지 공기업 수장들, 잇단 ‘탈원전 쓴소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재훈 사장은 지난달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 원전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중립 추진안에 원전을 전면 배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주호영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 중 “중소기업 생태계를 위해서는 전력수급과는 별개로 신한울 3·4호기가 재개됐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이런 취지의 발언은 21일 종합감사에서도 나왔다.

언론은 “한수원 사장 임기말 문 정부에 쓴소리”, “한수원 사장조차 탈원전에 반기” “탈원전 비위 맞추다 이제야 바른 말” 등의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제목을 보면 탈원전에 앞장서던 정 사장이 정부 임기가 끝나가자 돌연 입장을 바꿨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정 사장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정권 임기가 끝나면서 나온 갑작스런 태도 변화로 봐야 할지 의문이다. 그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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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정재훈 사장은 당시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의 공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원전 없이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올해 국감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국감 당시는 정부가 탄소중립을 공식 선언하기 전이다. 또한 실제 2050년 탄소중립 도달을 목표로 한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도 원전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신한울 3·4호기 사업 중단과 관련한 발언은 지난해 국감 발언에 비해 더 나갔다. 정 사장은 지난해 국감에서는 “신한울 3·4호기는 전력 수급면에서 보면 필요없다. 다만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준비해온 중소기업들 입장을 보면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안타까움’을 넘어 ‘개인적 희망’을 전제로 재개를 바란다고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 사장은 발언이 정부 에너지 정책과는 별개로 원전을 운영하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로서 발언이라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탈원전 정책은 정부의 정책”이며 “한수원 사장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 정책은 필요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 탈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두 전력공기업 사장의 발언을 두고 “탈원전 정책의 수정 가능성을 거론한 셈”이라고 한 것은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 느낌이 짙다. 정 사장이 강조한대로 국가 에너지정책은 에너지 기업의 경영자가 수정하고말고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