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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아카이브

한겨레는 어쩌다 ‘한겨레’가 되었나

등록 :2018-05-29 17:08수정 :2018-05-30 09:55

[창간 30년-디지털 아카이브]

1988년 5월15일 창간된 ‘한겨레신문’이란 제호는 어떻게 결정되었을까?

한겨레를 일컬은 최초의 이름은 ‘민중신문’이었다. 1987년 8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에서 해직된 기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새언론창설연구위원회’가 처음으로 제출한 보고서의 제목이 ‘민중신문 창간을 위한 시안’이었다. 그러나 창간 논의가 거듭되면서 보고서의 제목도 바뀌었다. ‘새 신문 창간을 위한 시안’ 등으로 고쳐 불렀다. 제호가 정식으로 결정된 1987년 10월 말까지, 새로 만들어질 신문을 부르는 이름은 그저 ‘새 신문’이었다. 1987년 10월22일, 새 신문 창간발기추진위원회가 회의를 열었다. 그동안 미뤄왔던 새 신문의 정식 제호를 결정해야 하는 자리였다. 시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겨레신문, 독립신문, 민주신문, 자주민보 등이 후보로 올라왔다.

창간발기위원장이었던 송건호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신문이라는 창간 지향을 잘 드러낸다며 ‘독립신문’을 지지했다. 그러나 구한말의 독립신문과 겹치는 이름이었다. 논의 끝에 다수의 참석자들이 선택한 ‘자주민보’를 제호로 결정했다.

이날 저녁, 홍보와 모금 등을 위해 뛰어다닌 새 신문 창간 사무국의 젊은 사원들이 사무실에 모여들었다. 젊은이들은 ‘자주민보’가 구태의연하고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즉석에서 사무국 전체 회의를 열어 다시 투표를 했다. 결국 자주민보의 생명은 반나절을 넘기지 못했다. 과반 이상이 새 신문의 제호로 순 한글 이름인 한겨레신문을 꼽았다.

1988년 5월 한겨레 창간 제호. 조선시대 <오륜행실도>에서 집자한 붓글씨체.
1988년 5월 한겨레 창간 제호. 조선시대 <오륜행실도>에서 집자한 붓글씨체.

백두산 천지 목판화를 배경으로 순 한글 가로쓰기를 적용한 한겨레의 창간 제호는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다른 신문들은 세로로 쓴 한자 붓글씨를 제호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다. 글씨체는 조선시대에 인쇄한 《오륜행실도》 본문의 글씨를 집자하고 부드럽게 다듬었다. 배경 그림은 유연복의 목판화가 최종 선정되었다.

1994년 5월 백두산 천지와 네모 칸이 사라진 제호.
1994년 5월 백두산 천지와 네모 칸이 사라진 제호.

1994년에 처음으로 제호가 변경되었다. 제호 바탕에 깔린 백두산 천지 그림과 사각 테두리선을 없앴다. 대신 글자를 110%로 키웠다. 제호 변화는 같은 해 편집 대혁신의 일부였다. 이때 제목, 본문, 사진 등 기사 요소를 다각형 대신 사각형으로 묶어서 배치하는 ‘블록편집’을 국내 최초로 전면 도입하고, 기존 신문의 상징으로 여겨진 ‘지문컷’(먹색으로 제목을 강조하는 편집 기법)을 없앴다. 신문의 선정성을 최소화하고 가독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1996년 10월 ’신문’을 떼어내고 평화의 상징인 녹색을 사용한 제호
1996년 10월 ’신문’을 떼어내고 평화의 상징인 녹색을 사용한 제호

한겨레 제호의 두 번째 큰 변신은 1996년에 진행되었다. 서울대 미대와 신문사가 산학 협동으로 지면 전체 디자인을 개선하면서 내린 결단이었다. 지면 전체를 세련되게 다듬으면서 예스러운 명조체 제호를 그대로 둘 순 없었다. 제호디자인개선팀은 새 제호 디자인에 밤낮없이 매달려 정교한 스케치만도 3백여 차례나 했다. 마침내 인간·생명·환경 존중을 상징하는 풀빛 바탕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흰 글자를 새겼다. ‘한겨레신문’에서 ‘신문’을 떼어냈다.

2006년 1월 탈네모꼴 글꼴을 기본으로 한 제호.
2006년 1월 탈네모꼴 글꼴을 기본으로 한 제호.

오늘날의 제호는 2006년 1월1일에 선보였다. 한국 신문 가운데 처음으로 네모틀을 벗어난 글꼴을 썼다. 한겨레는 제호 변경에 앞서 2005년 5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사 제목과 본문에 ‘한겨레 결체’, ‘한겨레 돌체’를 도입했다. 이때까지 모든 신문 글씨체는 한자의 본을 따 정사각형 틀에 끼워 쓴 것이었다. 기사용 탈네모꼴 글씨체는 내부 서체개선팀이 외부 디자인업체인 ‘글씨미디어’(실장 홍동원)와 공동으로 개발했으며, 제호는 디자인 회사 ‘크리에이티브 잉카’(실장 조영천)에서 만들었다. 새 제호는 정사각형의 틀을 깨는 동시에 과거 녹색 제호의 칸막이도 없앴다. 위로 치솟은 모음으로 진취성을, 둥글게 다듬은 초성과 받침으로 부드러움의 정신을 함께 표현하려고 했다. 2012년 지면 개편 때 신문 오른편에 배치했던 제호가 중앙으로 돌아온다.

2016년 새로 만들어진, 한겨레를 대표하는 CI.
2016년 새로 만들어진, 한겨레를 대표하는 CI.

2015년 한겨레는 임직원의 의견을 모아 새 사명(미션), 핵심 가치를 재정립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듬해에는 한겨레 각 매체 전체를 묶어 부를 수 있는 CI(Corporate Identity)도 함께 만들었다. ‘한겨레’라는 우산 아래 산재해 있는 여러 브랜드를 하나의 이미지로 묶을 필요성이 있다는 사내 안팎의 의견에 따른 작업이다. 기존 제호 모양을 유지하면서 별도의 컬러 로고를 넣었다. 한겨레의 초성 ‘ㅎ’에서 비롯한 나누기 로고는 새 사명인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의 나눔과 균형, 열림과 소통, 다양성과 화해의 가치를 표현한다. 로고의 세 가지 색깔은 배려(오렌지), 개방(블루), 도전(청록)이라는 핵심 가치를 상징한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 ‘크로스포인트’와 함께 만들었다.

※ 한겨레가 창간 30돌을 맞아 디지털 역사관인 ‘한겨레 아카이브’를 열었습니다. 이 글은 '한겨레 아카이브'에 소개된 내용의 일부입니다. 한겨레의 살아 숨쉬는 역사가 궁금하시다면, 한겨레 아카이브 페이지(www.hani.co.kr/arti/archives)를 찾아주세요. 한겨레 30년사 편찬팀 achiv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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