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흙에 사는 곰팡이에서 추출한 항생물질이 간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서울대 의대 박종완(49·사진) 교수 연구팀은 19일 흙곰팡이(케토미움) 균종에서 분비되는 ‘케토신’이라는 항생물질이 암 세포의 혈관 형성을 차단해 간암의 성장을 막는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성과는 간암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돼, 간 관련 국제학술지인 <헤파톨로지>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팀은 암 성장에 관여하는 히스톤 단백질의 관련 효소가 케토신에 의해 억제된다는 데 착안해 간암을 이식시킨 생쥐에게 케토신을 투여했다. 실험 결과 간암의 성장이 억제되는 것으로 관찰됐지만, 케토신에 의해 직접 암세포가 사멸하는 것은 아니었다. 케토신은 대신 암 조직에 있는 ‘히프원’(저산소유도인자)이라는 단백질과 혈관들을 사멸시켰다.
히프원 단백질은 암 세포에서 80여종의 저산소 유전자를 발현시켜 암 세포가 저산소 환경에서도 생존하거나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산소를 공급받도록 한다. 암이 성장할 때는 산소가 부족해지는 저산소 현상이 일어나는데, 암 세포가 이를 극복하면 암이 발병한다. 이 저산소 극복에 히프원이 중추적 구실을 하는데 케토신은 특이하게도 간암 세포에 들어 있는 히프원 단백질만 선택적으로 사멸시켜 궁극적으로 암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연구팀은 찾아냈다.
박 교수는 “차세대 간암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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