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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도 억울한데…봄철 꽃가루가 코로나 감염률도 높인다고?

등록 :2021-04-01 15:04수정 :2021-04-02 02:11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기온과 CO₂ 농도 상승에 꽃가루 농도도 짙어져
꽃가루 많아지면 코로나19 감염률도 함께 상승
“봄과 여름 꽃가루 시기에는 실내에 머물러야”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다. 연합뉴스

봄과 여름이 길어지고 기온이 높아지면서 짙어진 꽃가루 농도가 코로나19 감염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에는 되도록 실내에 머물 것을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올해 서울 벚꽃은 지난달 24일 관측 100년 사이 가장 일찍 피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일본 교토의 벚꽃은 지난달 26일 평년보다 열흘 먼저 만발했다. 일본 기상청(JMA)이 관측을 시작한 1953년 이래 가장 이르다. 벚꽃 관측 지점 58곳 가운데 14곳에서 벚꽃이 역대 가장 빨리 활짝 폈다.

미국 유타대 연구팀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근 논문에서 “기온 상승과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이 복합작용해, 북미의 꽃가루 시기가 1990년 대비 평균 20일 빨라지고, 꽃가루 수가 21% 많아졌다”고 밝혔다. 윌리엄 앤더레그 유타대 생물학과 교수는 “기후변화가 꽃가루 시기에 끼친 영향은 50% 정도 되고, 꽃가루 수에 끼친 영향은 8%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꽃가루 수 증가는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DOI : 10.1073/pnas.2013284118)

영국 우스터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지난달 26일(현지시각)치 논문에서 기후변화가 알레르기(꽃가루) 계절의 위험을 60%까지 심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에서 올해 벚꽃이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일찍 만개한 곳이 58개 관측지점 가운데 14개에 이른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일본에서 올해 벚꽃이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일찍 만개한 곳이 58개 관측지점 가운데 14개에 이른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꽃가루 농도 상승이 알레르기 환자 증가 초래

기온 상승과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말미암은 꽃가루 농도 상승이 알레르기 환자 급증을 초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체 인구의 15∼25%가 알레르기 질환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먼지진드기, 개·고양이 등의 털이나 바퀴벌레 등 실내 알레르기 원인에 의한 경우도 많지만 최근 계절성 알레르기비염이나 알레르기결막염이 크게 느는 추세다.

알레르기질환 가운데 천식이나 알레르기비염, 아토피피부염 등의 ‘화분증’은 꽃가루에 의해 발병한다. 참나무, 자작나무, 삼나무 등 수목류 꽃가루는 3∼5월, 잔디류 꽃가루는 5∼9월, 돼지풀, 환삼덩굴, 쑥 등 잡초류 꽃가루는 8∼10월에 주로 관측된다. 한양대 의대 소아청소년과의 오재원 교수 연구팀은 1997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서울과 구리지역에서 꽃가루를 채집해 분석한 결과 봄철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이 20년 만에 45일 늘어났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최근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세계적으로 알레르기 유발 식물의 꽃가루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봄철에는 자작나무와 참나무, 가을철에는 환삼덩굴, 돼지풀 등 알레르기 유발식물의 개체 수가 점점 증가하고 꽃가루에 대한 감작률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DOI : 10.4168/aard.2020.8.4.199)

꽃가루 농도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는 기온과 강수다. 꽃가루 농도가 집중되는 온도 구간은 10∼30도다. 식물들이 성장하기 적당한 온도다. 비가 오지 않는 날 꽃가루 농도가 높아진다. 연구팀이 1997년 이래 서울, 강릉, 대구, 광주, 부산, 제주 등 6개 지역에서 꽃가루 관측을 집계해보니, 평균기온 15∼20도, 강수량이 없는 시기에 꽃가루 농도의 최고치가 기록됐다.

국제공동연구팀이 코로나19 감염률과 인구밀도, 꽃가루, 온도, 습도 등 요소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꽃가루는 44%의 상관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꽃가루(pollen)가 감염률 변화와 가장 높은 상관관계(진한 갈색)를 나타냈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 제공
국제공동연구팀이 코로나19 감염률과 인구밀도, 꽃가루, 온도, 습도 등 요소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꽃가루는 44%의 상관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꽃가루(pollen)가 감염률 변화와 가장 높은 상관관계(진한 갈색)를 나타냈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 제공

꽃가루 수 증가 나흘 뒤 코로나19 감염률 상승

독일 헬름홀츠 환경의학연구소와 미국 컬럼비아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최근 꽃가루에 노출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꽃가루가 인간의 항바이러스 면역체계에 이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전 연구에서 밝혀졌다. 꽃가루가 항바이러스 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활동을 방해함으로서 사람들이 독감이나 사스 바이러스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꽃가루의 관계에 주목해, 세계 31개 국가에서 꽃가루 수의 증감에 따른 코로나19 감염률 변화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률의 변동성에서 44% 가량은 꽃가루 노출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연구팀은 꽃가루 수가 증가한 뒤 나흘째 감염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봉쇄와 같은 강력한 방역 조처가 없는 경우 꽃가루가 1㎥에 100개 있으면 코로나19 감염률이 4% 증가했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강력한 봉쇄는 증가율을 절반으로 떨어뜨렸다.

루이스 지스카 컬롬비아대 교수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꽃가루들도 코로나19 감염률 증가와 상관관계가 있었다.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에는 되도록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 논문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지난달 23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DOI : 10.1073/pnas.2019034118)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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