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00만년 전 소행성이 충돌하는 순간 상상도. @ Chase Stone
6600만년 전 소행성이 충돌하는 순간 상상도. @ Chase Stone
6600만년 전 지구에 충돌하면서 공룡을 멸종에 이르게 한 소행성의 가공할 파괴력은 충돌 각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과학자들이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은 당시 만들어진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칙술루브 충돌구를 분석한 결과, 분진 구름을 하늘로 퍼지게 하는 데 완벽한 조건을 갖춘 충돌 각도를 찾아냈다고 밝혔다.충돌구의 모양은 충돌 각도가 좌우하는데 연구진은 충돌구의 지질 자료와 여러 충돌 시뮬레이션을 비교하며 충돌구 형성 과정을 재구성했다. 연구진은 지름 17km의 소행성을 모델로 삼고 충돌 각도는 네 경우(90도, 60도, 45도, 30도), 충돌 속도는 두 경우(초당 12km, 20km)로 나눠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현재의 분화구 모습과 가장 일치하는 시뮬레이션은 60도 각도에서 초속 20km 속도로 지상에 충돌하는 시뮬레이션이었다.
유카탄반도 칙술루브 충돌구.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제공
유카탄반도 칙술루브 충돌구.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제공
소행성 충돌에 따른 피해의 대부분은 산산조각이 난 암석들이 가루가 돼 공중으로 퍼지면서 장기간 햇빛을 차단한 데서 비롯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60도는 분진이 대기에 퍼져나가는 데 가장 이상적인 각도다. 개리스 콜린스 교수는 "직각으로 떨어졌다면 더 많은 암석이 부서졌겠지만 대기 중에 퍼지는 양은 더 적었을 것이며, 더 비스듬히 충돌했다면 암석이 부서지는 양이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산되는 양이 최대 3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도 각도로 떨어져 충돌구가 형성되는 과정.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60도 각도로 떨어져 충돌구가 형성되는 과정.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당시 소행성 충돌로 생긴 충돌구는 지름 200km, 폭 30km나 된다. 충돌구의 모양이 남서쪽에서 북서쪽으로 기울어진 타원형인 점에 비춰 소행성은 북동쪽으로부터 날아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충격으로 지상의 수많은 유기물질들이 타버리고 지구 전역에서 쓰나미가 일어났다. 여기에 분진이 돼 대기중에 날아간 돌가루와 먼지, 황, 이산화탄소, 수증기 등이 어우러져 18개월에 걸쳐 햇빛을 차단하면서 공룡을 비롯해 당시 지구상 생물의 75%가 사라지는 대멸종 사태가 일어났다.이번 연구는 28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